중국이 오는 2~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국과의 3차 통상협상을 앞두고 소비재 수입 관세를 대폭 내리기로 했다. 중국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의 압박을 의식해 무역장벽을 낮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날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국무원 회의를 열어 세탁기를 포함한 일부 소비재 수입 관세를 오는 7월1일부터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수입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붙는 관세는 20.5%에서 8%로 낮아진다. 의류, 신발, 모자, 주방용품, 스포츠용품의 관세는 15.9%에서 7.1%로 절반가량 인하된다. 어획 수산물과 미네랄 생수는 15.2%에서 6.9%로, 화장품과 일부 의약품은 8.4%에서 2.9%로 내려간다.

이번 조치는 미·중 통상갈등이 다시 커진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된다. 미국이 지난 29일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즉각 똑같이 보복하겠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볼 때, 중국이 겉으로는 맞보복을 경고하면서도 내심 ‘확전’을 피하며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3차 통상협상을 위해 50여 명으로 꾸려진 미국 협상단 실무팀이 지난 30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미국 협상단 대표를 맡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2일 베이징에 들어온다. 다만 실무팀이 사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로스 장관의 방중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중국 정부는 관세 인하와 함께 외국인 투자 촉진책도 내놨다. 자동차, 금융, 에너지, 인프라, 교통·물류,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의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원칙적으로 투자 제한을 풀되 예외적으로 투자를 제한하는 품목을 열거한 목록)’를 오는 30일 발표할 계획이다. 10억달러 이하의 외국인 투자는 인허가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성(省)정부로 넘기기로 했다. 또 조건에 부합하는 외국인 인재를 채용할 때 이틀 내 비자를 발급해주고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배상 한도도 크게 올리기로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