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세계 최대 감시카메라 제조업체인 중국 하이크비전을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 제재를 완화하려 하자 의회가 다른 중국 통신업체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며 반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의회, 이번엔 中 감시카메라 제재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최근 하이크비전을 포함해 중국 기업의 감시카메라 제품을 미국 정부가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이크비전 외에 중국 2위 감시카메라 업체인 저장다화테크놀로지와 통신장비 제조업체 하이테라 등 다른 중국 기업도 이 법안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하이크비전은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 기술력에서 세계 감시카메라 시장 1위 업체로 평가받는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캐나다 몬트리올, 중국 베이징·상하이·우한 등지에서 2만6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순이익은 94억위안(약 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는 미국 내 거리와 주택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주리주(州)의 육군 기지를 비롯한 미군 기지와 해외 미국대사관, 영사관 등에도 설치돼 있다.

비키 하츨러 공화당 하원의원은 “중국 기업이 판매한 비디오 감시카메라와 보안 장비는 미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말했다. 법안이 최종 발효되려면 상원의 가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야 한다.

미국 공화당 중진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통신업체를 간첩으로 표현하면서 미국 내 영업을 완전히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의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ZTE 제재 완화 시도는 불발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최대 13억달러의 벌금 부과와 경영진 교체 등을 조건으로 ZTE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SCMP는 “중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ZTE를 구제하려 했다가 오히려 다른 자국 기업까지 타격받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