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는 올해 신입사원 220여 명을 뽑아 지난달 입사식을 열었다. 기술직뿐만 아니라 사무직 신입사원을 함께 채용한 것은 2년 만으로 도시바메모리 매각 등에 힘입어 경영이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자동차는 1812명, 창업 100주년을 맞은 전자회사 파나소닉은 750여 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일본의 청년 일자리가 넘쳐나는 것은 이처럼 제조 대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꾸준한 덕분이다.

온라인 유통 및 항공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신입사원 채용이 꾸준하다.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재팬은 이달 22일 정규직 직원 10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일본항공(JAL)도 신입사원 1642명을 채용해 입사식을 마쳤다.
달아오른 日 '제조업 엔진'… 고용, 7년 만에 1000만명 넘었다
기업 실적개선이 채용 증가로

일본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는 가장 큰 배경은 실적 개선이다. 지난해 일본 상장회사들은 29조3788억엔(약 289조433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2년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한 기업이 전체 기업의 30%나 됐고 32개 업종 중 80%인 25개 업종의 이익이 증가했다. ‘반도체 쏠림’이 심각한 한국과는 크게 대비된다.

무엇보다 제조업의 이익증가율이 50%로 비제조업(17%)을 압도한 점이 눈에 띈다. 닌텐도는 게임기인 닌텐도스위치 판매 호조로 매출이 전년 대비 2.2배 늘어났고 글로벌 반도체시장 호황의 과실을 한껏 누린 도쿄일렉트론의 매출은 41.4% 증가했다. 소니와 쇼와전공은 10년 만의 최고 이익을 거뒀다.

제조업체들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제조업 고용자 수는 7년 만에 다시 1000만 명을 회복했다. 정규직 채용 비중이 높아지는 등 고용 질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정규직은 전년 대비 56만 명 늘어나 비정규직 증가(13만 명)를 크게 웃돌았다.

제조업체의 채용 증가세는 쉽게 식지 않을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 따르면 주요 955개 일본 기업의 내년도 채용 예정인원은 11만8230명으로 올해보다 8.5%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소니는 올해 대비 33.3% 늘어난 400명을, 미쓰비시전기는 6%가량 많은 920명을 뽑을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격차 없는 중소기업 고용 꾸준

일본의 높은 청년고용률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취업 눈높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378개 일본 기업의 대졸 초임 평균은 월 21만4482엔(약 210만9859원) 수준이다. 낮은 평균 못지않게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에 들어가든, 중소기업에 입사하든 연봉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 기준 월 300만원에 해당하는 30만엔이 넘는 초봉을 지급하는 회사는 11개에 불과하다.

닛산자동차(22만엔) 소니(21만9000엔) 혼다(21만5900엔) 등 대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연봉이 높지도 않다. 연봉 순위 상위 60위권(약 25만엔)과 2100위권(약 20만엔)의 차이가 50만원(5만엔)에 불과할 정도로 균질적이다.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무조건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고집하지 않고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대기업 취업은 바늘구멍인 한국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1억 명 이상의 내수시장과 잇따른 규제완화를 바탕으로 서비스업도 꾸준히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중소 소매업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 유통점 출점과 영업시간을 제한한 대규모소매점포법을 2000년대 들어 폐지한 덕분이다. 공무원직에 대한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도쿄와 가나가와, 지바 등 수도권 7개 지방자치단체 중 사이타마현을 제외한 6곳에서 지자체 공무원 지원자가 감소했다.

퇴직자 늘며 일자리 생기는 구조

일본은 가장 빨리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회다. 2005년 이후 줄고 있는 인구는 2055년엔 1억 명 선이 무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령화는 더 심각하다. 인구의 27.7%인 3500만 명이 65세 이상인 대표적 초고령 사회다. 65~69세 인구만 997만 명에 달하는 데 비해 20세 미만 인구는 2160만 명에 불과하다. 자연스럽게 총인구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9.7%로 정점을 찍었고 지난해엔 60.3%로 낮아졌다. 생산가능인구 절대 규모도 1998년을 최고점으로 하락 추세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후폭풍으로 곳곳에서 일손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정년연장에도 불구하고 퇴직자가 늘고 있고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청년 노동력이 귀해지는 구조다. 일본에선 올해 약 93만 명의 청년이 취업을 통해 사회에 처음 진출했지만 그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구인 경쟁이 심해지는 배경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