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관련 절차를 본격화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독일 등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상무부는 오는 7월19일과 20일 공청회를 열어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지난 23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상무부가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조사를 공식화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상무부는 다음달 22일까지 관련 의견과 자료를 사전에 서면으로 받을 예정이다.

美, 자동차 '관세폭탄' 절차 착수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한국 일본 독일 등의 자동차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자동차 시장 수출 1, 2위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고율 관세 부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는 이유에서다.

멕시코와 캐나다산 자동차의 상당수는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물량이다. 이 때문에 미국 자동차업계와 야당인 공화당도 관세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제이 티몬스 미국제조업협회(NAM) 회장은 “무역확장법을 오남용하는 것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를 주고 미국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국내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위험하고 불안정한 수단을 쓰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현지 공장 이외 지역의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이 많은 아시아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한국 자동차는 미국에 수출할 때 일반 차량은 면세 혜택을 받고 있고, 픽업트럭에만 25% 관세를 부과한다. 한국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2017년 연간 수출액은 자동차 146억5100만달러, 자동차 부품 56억6600만달러로 전체 수출(686억1100만달러)의 21.4%와 8.3%를 각각 차지했다.

일본과 독일의 상황도 심각하다. 일본에선 미국 관세가 올라 수출 자동차의 현지 판매가 줄어들면 일본 내 자동차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미국 자동차 수출은 연간 170만 대에 달해 일본 내 생산의 약 20%를 차지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는 일본 내에서 최소한 300만 대의 차량 생산이 유지돼야만 공장과 협력업체의 고용을 지킬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과 영국 등이 속한 유럽연합(EU)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위르키 카타이넨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자동차 관세를 올린다면 이는 명백하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된다”며 보복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