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브리핑을 보도한 미국 뉴욕타임스 및 영국 가디언의 보도 캡처
(왼쪽)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브리핑을 보도한 미국 뉴욕타임스 및 영국 가디언의 보도 캡처
해외 언론은 주말인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를 속보와 생중계로 긴급히 전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공개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입장이 향후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웠다. '중재자' 역할을 소화한 문 대통령이 취소 위기에 내몰렸던 북미정상회담 정상 개최의 불씨를 살렸다고 평가했다.

미국 최대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nuclearization)'를 논의하기로 결심했다"고 타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피력했다"고 말한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싶어한다고 문 대통령이 전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북미 양국이 상대국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실무협상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 뿐 아니라 실무협상도 잘 열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WP는 "트럼프와 김 위원장의 변덕스러운 정상회담 준비를 몹시 괴롭히는 핵심 이슈에 대한 근본적 차이가 여전히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염려했다고 덧붙였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 위기로 내몰았던 핵심 쟁점이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그리고 미국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간 이견 탓이라는 점이 문재인 대통령의 27일 청와대 발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으로 취소 위기였던 북미정상회담이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으로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역시 문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가 정확히 어떤 방식인지,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비핵화의 뜻이 같더라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은 양국 간에 논의가 필요하고 그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북미 간에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 생각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을 자제했다.

가디언은 김 위원장을 문 대통령의 '친구'라고 제목에 박았다.이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했고, 문 위원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점을 부각하며 "두 정상이 짧은 시간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 정상 개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도 이틀 연속 북미정상회담 협상 재개를 공식화하면서다.

미국 CBS 방송은 문 대통령의 직접 2차 회담 노력을 두고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5월, 협상가(Negotiator)라는 제목으로 타임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표지 모델로 소개했다. 사진=타임
지난해 5월, 협상가(Negotiator)라는 제목으로 타임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표지 모델로 소개했다. 사진=타임
CNN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 사회에 전하면서 다음 달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되살리는 듯 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날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자국 시민과 만난 자리에 취소 위기에 몰린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회담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위터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지 하루 만에 다시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이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