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총리 지시로 나랏돈 빼돌려 수조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연일 파티 즐기며 호화생활하다 정권교체 후 잠적
미란다 커에 87억 선물했던 말레이 금융업자, 본국송환 직면
말레이시아의 정권교체를 부른 이른바 '1MDB'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백만장자 금융업자가 조만간 본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지시로 수조 원대 비자금을 세탁·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9일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확실시되자 행방을 감췄다.

26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림관엥 재무장관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내국세 세무청(IRB)에 금융업자 조 로우(36)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림 장관은 "IRB는 조 로우와 가족들이 1MDB 스캔들과 관련해 대가를 받았는지를 조사할 것을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당국이 조 로우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집 전 총리의 측근인 그는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2009∼2015년 45억 달러(약 4조8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조 로우는 나집 전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에 자금을 투자하고, 미국내 고급 부동산과 미술품 등을 사들이는 수법으로 빼돌린 돈을 세탁했다.

일약 할리우드의 큰 손으로 떠오른 조 로우는 이 기간 호주 출신의 톱 모델 미란다 커와 사귀면서 810만 달러(약 87억원) 상당의 보석류를 선물했다.

최근에는 두바이에서 대만 인기가수 소아헌에게 14억원 상당을 들인 호화 프러포즈를 했다가 거절 당하기도 했다.
미란다 커에 87억 선물했던 말레이 금융업자, 본국송환 직면
미국 법무부는 2016년부터 1MDB 횡령자금으로 조성된 미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절차를 진행하면서 리자 아지즈와 조 로우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펀드를 감독하는 말레이시아 공무원 1'(나집 전 총리)에게도 6억8천만 달러가량이 송금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집 전 총리가 이끌던 전 정부와 검찰은 1MDB에서 자금이 횡령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조 로우는 이후 수 년이 지나도록 기소되지 않은 채 호화생활을 지속해 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로우가 이달 9일 치러진 말레이시아 총선 당시에도 태국의 유명 관광지인 푸켓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다가 나집 전 총리가 패배하자 급히 출국해 종적을 감췄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중문지 난양상보(南洋商報)는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대만으로 향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마하티르 모하맛(93) 신임 말레이시아 총리는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등 관련국과 공조해 1MDB에서 횡령된 자금을 모두 환수할 것이라면서 조 로우의 위치 역시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집 전 총리는 이달 12일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를 타려다 출국금지됐으며, 지난 22일과 24일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에 소환돼 비자금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 사무실 등 12곳을 수색해 1억1천400만 링깃(약 308억원) 상당의 현금과 외화를 압수했다.

압수된 물품에는 보석과 명품 시계로 채워진 에르메스 버킨백 수십개도 포함돼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