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트위터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잭 도시가 첫 트윗을 날린 지 10년이 되던 해인 2016년. 트위터와 도시는 모두 고전하고 있었다. 트위터 이용자는 정체됐고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1년 새 57%나 빠졌다. 도시가 2009년 창업한 핀테크(금융기술)기업 스퀘어도 2015년 11월 기업공개(IPO) 후 주가가 35% 떨어졌다. 도시의 순자산 가치는 한때 10억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빌리어네어(billionaire·자산 10억달러 이상) 반열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트위터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도시가 두 기업을 모두 경영하려고 하면서 주의가 분산된 탓이다’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도시의 순자산 가치는 빠르게 회복됐다. 트위터가 ‘트럼프 효과’와 함께 부활하면서 트위터 주가는 올 들어 30% 이상 뛰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성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도시는 오히려 사람들의 마이크 역할을 하는 게 트위터 서비스의 본질 중 하나라고 본다.

모바일 결제 기기와 시스템을 제공하는 스퀘어도 온라인 송금 서비스인 스퀘어 캐시의 인기로 올해 주가가 50% 넘게 올랐다. 포브스에 따르면 트위터와 스퀘어의 CEO를 ‘겸직’하고 있는 도시의 순자산 가치(22일 기준)는 41억달러에 달한다.

◆트위터로 돌아온 창업자

[Global CEO & Issue focus] 잭 도시 트위터·스퀘어 창업자 겸 CEO
2006년 3월22일 도시가 올린 트윗이 서비스의 시작이었다. 트위터는 “지금 뭐해?”란 친구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를테면 “스테픈 커리(농구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다”라든지 “드립 커피 마시러 왔다” 같은 메시지를 올리면 자신의 계정을 팔로하는 이용자 모두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서비스다.

트위터는 빠르게 인기를 얻었지만 동업자 간의 알력이 심했다. 급기야 블로거를 구글에 매각한 뒤 그 자금을 트위터에 투자한 에번 윌리엄스가 2008년 초대 CEO인 도시를 몰아내기에 이르렀다. 도시가 취미나 파티 등 경영 외의 일에 더 관심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 CEO 자리에서 밀려난 것과 뉴욕대를 중퇴하고 창업에 뛰어든 것 때문에 도시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자주 비교됐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에 따르면 도시는 잡스가 좋아하던 마하트마 간디와 비틀스의 말을 자주 인용하기도 했고, 심지어 애플 직원을 빼오면서 노골적으로 잡스의 이미지를 닮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도시는 재창업에 성공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애플에서 축출된 뒤 픽사를 창업한 잡스와 마찬가지로 도시는 스퀘어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5년 10월 도시는 트위터 CEO로 복귀했다. 당시 트위터의 수익모델이 어느 정도 정립됐으니, 다시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도시가 잡스처럼 트위터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위터 부활과 스퀘어의 성장 이끌어

잡스가 애플로 돌아와서도 픽사를 계속 경영한 것처럼 도시도 스퀘어 CEO직을 유지했다. 도시는 트위터 CEO로 돌아오면서 “두 회사를 모두 경영하는 이유는 내가 두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애플 복귀 후 아이팟과 아이폰 등 대박 아이템을 연이어 성공시킨 잡스와 달리 도시는 바로 혁신을 이뤄내진 못했다.

반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도시의 ‘잡스 따라잡기’가 성과를 냈다. 도시는 잡스의 궤적만 따라 한 것이 아니었다. 스퀘어가 개발한 모바일 신용카드 리더기의 디자인에도 단순함을 강조한 잡스의 디자인 철학을 녹였다. 모바일 송금·결제 앱(응용프로그램) 스퀘어 캐시는 간편한 사용자 경험(UX) 등으로 인기를 얻으면서ㅈ 다운로드 수에서 선두업체 페이팔의 벤모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해 4분기 상장 후 처음으로 흑자를 거둔 뒤 올 1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한 번에 트윗으로 올릴 수 있는 글자 수 제한을 140자에서 280자로 늘리는 등 변화도 시도했다. 트위터는 ‘140자 룰’에 갇혀 이용자들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페이스북 등 경쟁 서비스에 밀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는 140자 제한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글자 수는 늘렸지만 즉시성이란 서비스 강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도시는 트위터의 특징을 ‘실시간(real time)’과 ‘라이브(live)’ 두 개의 키워드로 설명했다. 트위터가 2015년 3월 출시한 생방송 앱 페리스코프도 1년 만에 2억 개의 방송이 제작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도시는 트위터의 미래를 증강현실(AR)에서 찾았다. ‘지금 어디에서 뭘 하는지’를 공유할 수 있는 트위터의 기능에 AR 기술이 접목됐을 때 이용자들의 공감이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도시는 보고 있다.

◆오전엔 트위터, 오후엔 스퀘어

오래된 서비스를 개선해야 하는 회사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아야 하는 회사를 동시에 경영하는 비결은 뭘까. 뉴욕타임스(NYT)는 도시 CEO가 오전엔 주로 트위터에서 근무하고, 오후엔 스퀘어에서 일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나에 집중한다는 것이 나머지에서 완전히 눈을 뗀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켓스트리트에 있는 트위터와 스퀘어 본사는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다. 스퀘어엔 CEO의 책상이나 자리가 따로 없다.

요일별로 주제를 정해 일하는 것이 도시의 경영 비법 중 하나라고 포브스는 전했다. 도시는 “월요일에는 경영 전반, 화요일 제품 개발, 수요일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목요일 개발자와 파트너십, 금요일엔 기업문화와 채용에 집중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가 매일 아침 오전 5시에 일어나 30분간 명상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꽤 유명한 얘기다.

NYT는 스퀘어의 기업가치가 트위터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위터의 시가총액은 약 240억달러, 스퀘어는 약 220억달러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도시의 비전도 스퀘어의 빠른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도시는 “비트코인이 (다른 통화를 대체해) 인터넷 단일 통화가 될 것”이라며 “10년이 채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퀘어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캐시 앱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올 1월 말엔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