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패닉·물가 비상' 터키 중앙은행 기습 금리인상

금융기관 유동성금리 300bps↑…"물가 전망 개선 때까지 수축 기조 유지"
리라화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 위협…금리 인상 후 진정세

물가와 환율로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터키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기습 인상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23일(현지시간)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 후반 유동성 창구(LLW) 금리를 13.5%에서 16.5%로 300bps 인상했다.

LLW는 금융 시장 마감 시간대에 금융기관이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로, 정책금리인 '1주 리포 금리', 오버나이트(하룻밤) 금리와 함께 터키 중앙은행의 주요 통화정책 수단이다.

중앙은행은 터키리라화 투매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하자 정례회의를 2주 남기고 긴급 회의를 열어 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그 전망이 시장의 가격동향에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통화정책위원회는 강력한 통화 수축정책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10.85%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관리 목표는 5%다.

또 이날 이스탄불 외환시장에서 터키리라화 환율은 장중 한때 1미달러당 4.9290리라까지 치솟아 심리적 저지선인 5리라를 위협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이날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터키가 외환위기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발표 후 리라화 가치는 2% 가량 회복하며, 1달러당 4.5717리라까지 진정됐다.

올 들어 터키 경제는 고물가와 부채 증가 등 과열 신호를 보이며 금리인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리가 만악의 부모"라거나 "고금리가 고물가의 원인"이라는 특유의 경제관을 내세우며 금리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유지한 채 LLW 금리를 75bps 인상했으나, 시장의 기대에는 훨씬 못미쳤다.

지난 한달 새 터키리라화는 '날개 없는 추락'으로 빠져들었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인터뷰를 통해 통화정책 개입 확대 방침을 시사한 15일 이후에는 시장에 투매 현상이 일어났다.

이날 이스탄불 역사지구 내 '그랜드바자르' 일대 환전소는 가파른 리라 절하에 손실을 우려, 달러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러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중앙은행은 강력한 어조로 진화에 나섰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현저히 개선되는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통화정책은 수축 기조를 단호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당국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실패한다면 금리 인상의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 소재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전문가 제이슨 투베이는 "터키 중앙은행은 최근 몇년 새 여러 번 금리를 크게 올렸으나 효과는 단기에 그쳤다"면서 "시장은 터키가 물가와 경상수지적자 해소에 진정성이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