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토탈 이어 獨은행·폴란드 석유회사도 이란사업서 손 떼기로
미 '이란 제재' 효과 가시화… 유럽 기업들 이탈 행렬
미국 정부가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이란 에 대한 제재를 되살리기로 한 가운데 유럽의 기업들이 잇따라 이란 시장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란과 거래한 제3국 기업·개인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유럽 기업의 이탈은 이란의 핵합의 탈퇴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부재 속에서도 이란핵합의를 어떻게든 존속시키려 하는 유럽연합(EU)이 한층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2위 은행인 DZ방크는 오는 7월 1일부로 이란과의 금융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폴란드 국영 석유회사인 PGNiG도 미국의 재제 부활에 따른 위험을 피하는 차원에서 이란 내 가스 프로젝트를 중단키로 했다.

마치에이 보즈니악 PGNiG 대변인은 "이란 계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언젠가는 (미국의) 제재가 가해질 것이고 누구도 리스크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도 미국의 이란 제재가 몰고 올 파장에 예의주시하면서 이란 관련 거래를 중지할 것인지를 검토 중이다.

이란 석유·가스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고객들을 둔 보험 중개 업체 아더 J 갤러거는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에 따른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스위스 리 역시 미국의 결정이 자사 사업에 끼칠 영향을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의 세계적 정유회사 토탈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 대형 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유럽 기업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토탈은 미국의 이란 제재에서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작년 7월 수주한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11공구 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모두 48억 달러(약 5조5천억원)가 투자될 예정이었다.

이 밖에도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도 미국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미국 제재가 부활하는 올해 11월 4일까지 이란 고객사와 계약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 등 이란에 투자한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압력을 받고 있다.

유럽 기업들은 이란과의 거래를 이유로 미국 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경우,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가 중단되는 등 글로벌 사업에 치명타를 맞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란핵합의 살리기에 나선 EU는 미국의 역내 기업에 대한 제재 효과를 무력화하기 위해 '대항입법'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대항입법'은 1996년 마련된 규정으로 EU의 기업이나 법원이 외국의 제재 법률을 따르는 것을 금지하고, 외국 법원의 판결이 EU 내에서 일절 효력을 갖지 못하도록 한다고 적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