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트럼프-볼턴 결별 노려"…'노벨상 바라는 트럼프 지렛대 고도 심리전'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성명으로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볼턴 리스크'가 워싱턴 조야에서 회자하는 가운데 북측이 노린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결별'이라는 분석이 17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선 핵 폐기-후 보상'으로 대변되는 리비아모델을 주창해온 '슈퍼 매파' 볼턴 보좌관에 대한 고립작전을 통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그 영향력을 없애려는 전술이라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과 중간선거 승리라는 목표에 매달리고 점을 지렛대로 삼아 북측이 트럼프-볼턴 간 틈 벌리기를 시도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김 제1부상은 성명에서 리비아모델과 이를 주도해온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로 규정,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CNN 방송은 이날 "김정은 정권이 긴장의 불길을 부채질하고 있는 전선은 비무장지대(DMZ)가 아니라 백악관 내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사이"라며 이번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악관 집무동인 '웨스트 윙' 내에서 볼턴의 '위험지역'에는 발을 들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북한이 그 분노를 볼턴에게 집중, 트럼프와 볼턴에 대해 분리 대응함으로써 볼턴 보좌관을 6·12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앉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조지프 시라쿠사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 교수는 CNN에 "그들은 정상회담 전에 볼턴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라며 "겁에 질리게 한다는 점에서 볼턴이 리비아모델을 꺼낸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측의 이번 발표로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1차 위기에 봉착,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볼턴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대응해 나갈지가 시험대로 떠오른 상황이다.

CNN은 "북한의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충격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이번 회담이 성공,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자신이 노벨평화상 수상 적임자라는 점을 은연중에 여러 번 비쳐왔었다.

전날 세라 샌더스 허버키 대변인이 '우리가 검토하는 건 리비아모델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이라며 볼턴 보좌관과 선을 긋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복잡한 셈법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몹시 원한다는 신호를 보여준다면 북한은 더 큰 타협을 노리며 미국을 더 압박할 것"이라며 "김정은이 이번에 던진 '수'를 계기로 비핵화 대화가 진짜로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조종할 수 있는' 협상의 공간을 넓히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라쿠스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가 큰 성공을 원하는 걸 안다"며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트럼프를 다루는 법에 대해 팁을 얻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BMI 리서치 그룹의 분석가들도 "북한은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제적 정치인으로서 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 성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CNN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볼턴 보좌관을 경질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자신들의 '액션'이 핵심 협상 포인트들에 있어 트럼프의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北의 볼턴 고립작전… "6·12 테이블에 앉히지 말라는 메시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