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기 편한 나라’를 표방하는 일본에서 법조계의 기득권 탓에 규제개혁이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법인등기를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회사 설립 기간이 열흘에서 하루로 단축됐다.

하지만 공증 수수료는 인하하지 않았다. 창업 희망자 입장에선 법인 등기를 온라인으로 처리해 공증인을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오프라인에서와 똑같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공증 작업 1회당 수수료는 5만엔(약 48만6495원)이다. 자본금 1엔(약 9.73원)짜리 회사를 세우더라도 5만엔의 공증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처럼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유지되는 것은 일본 법무부가 수수료 폐지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조직 폭력단 등 반사회 세력의 법인 설립을 감시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공증을 의무화하고 수수료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법조인의 이권 유지’ 목적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 기업 설립 단계의 각종 공증은 전직 판·검사들이 주로 담당한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도쿄 법무국이 지정한 공증인 103명 중 전직 판사가 45명, 검찰 출신이 58명이었다. 공증 수수료가 줄거나 없어지면 이들의 수입이 줄어든다. 공증인 한 명당 수수료 수입은 연평균 1000만엔(약 973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대착오적인 제도를 유지한 채 ‘창업하기 쉬운 나라’를 외치는 정부에 경제계의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