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의회 승인 없이는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최근 일부에서 제기한 주한미군 철수 논의에 대해 미 의회 차원에서 쐐기를 박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원 군사위가 사실상 만장일치로 법안을 가결한 만큼 하원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국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주한미군을 안보에 관한 확실한 보장 없이 2만2000명 아래로 줄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H R 5515)이 지난 9일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찬성 60표, 반대 1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법안은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국의 안보를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상·하원 군사위와 세출위에 증명하지 못하면 병력 감축에 예산을 쓰지 못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없도록 한 내용은 당초 국방수권법 원안에는 없었다. 루벤 가예고 의원(민주·애리조나)이 추가할 것을 요청했고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가예고 의원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는 우방과 동맹들에 미국이 확고한 동반자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이 같은 조치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은 2만8500명이다. 국방수권법이 주한미군 하한선으로 2만2000명을 정한 배경과 관련, 가예고 의원실 관계자는 “주한미군 규모는 정규 교대 근무와 훈련 등으로 인해 2만8500명에서 2만3400명 사이를 오르내린다”며 “정부에 충분한 재량권을 제공하기 위해 2만2000명을 최소 수준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맹국에 대한 굳건한 방위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반드시 필요하며, 최소한 일정 규모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의회 차원의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