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기업 ZTE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는 대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부과하는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을 양국이 검토하고 있다. 두 나라가 타협을 통해 최악의 갈등은 피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이 이 같은 방향으로 통상 현안에 관한 이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WSJ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의 비관세 장벽도 완화할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달 ZTE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의 부품 거래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ZTE는 일부 영업활동이 중단됐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미국산 돼지고기, 콩 등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또 미국산 농산물 검역을 강화하는 등 비관세 장벽을 통해 수입을 규제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ZTE 제재 철회 방침을 밝히면서 “(이는) 미국이 중국과 논의 중인 더 큰 무역 협상, 나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개인적인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썼다.

지난 13일 “중국의 일자리가 너무 많이 없어져 상무부에 (ZTE 제재를) 끝내라고 지시했다”고 한 데 이어 재차 제재 완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ZTE는 부적절한 일을 했다”면서도 “문제는 우리가 원래 내놓은 해결책을 대체할 것이 있느냐인데, 그것이 우리가 지체 없이 살펴볼 영역”이라고 말했다.

WSJ는 ZTE 제재가 유예되면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 인수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퀄컴의 NXP 인수는 미국 러시아 유럽 한국 등에서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에선 승인을 못 받고 있다. WSJ는 다만 미·중 간 협의가 끝나지 않았으며, 미 정부 내 의견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류허 부총리 등 중국 대표단은 15~19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과 2차 무역협상을 벌인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