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14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78달러를 돌파하며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불안한 중동 정세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으로 더욱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글로벌 원유공급 과잉이 거의 제거됐다’는 보고서를 내고 베네수엘라의 지난달 원유 수출량이 1년 전보다 40% 감소한 것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브렌트유 78달러 넘어… 美 셰일유전 바빠졌다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에선 팔레스타인 주민 4만 명 이상(이스라엘군 추산)이 돌멩이와 폭발물을 던지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현지 병력을 두 배로 늘리고 저격수까지 배치해 최루탄·실탄 사격으로 대응했다. 시위대 중 최소 58명이 사망하고 2771명이 부상했다. 2014년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중 폭격한 후 최악의 유혈 사태다.

이 여파로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11달러(1.44%) 오른 배럴당 78.23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11월 78.33달러 후 최고치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 가격은 0.26달러(0.37%) 상승한 배럴당 70.96달러에 장을 마쳤다.

OPEC은 이날 5월 정례보고서에서 선진국 원유 재고가 지난 5년 평균치보다 900만 배럴 정도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년간 시장을 짓눌렀던 원유 과잉 공급이 거의 사라졌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작년 1월에는 원유 재고가 5년 평균치보다 3억4000만 배럴 많았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 원유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과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감소 추세도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석유중개회사 PVM은 “베네수엘라와 이란 (원유) 공급량 감소는 내년 혹은 그보다 일찍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시킬 수 있는 ‘완벽한 조합’”이라고 분석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미국 셰일원유 생산은 늘고 있다. 미 셰일업계는 매장량이 많은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 외에 오클라호마, 콜로라도, 와이오밍, 노스다코타 등으로 생산지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는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원유정보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으로 가동 중인 석유시추기 수는 지역에 따라 1년 전보다 2~3배 늘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