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 백악관에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아마존,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보잉 등 40여 개 기업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은행, 대학·연구소 관계자들이 모였다. 인공지능(AI)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회의를 연 자리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참석자들은 미 정부가 AI산업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기술 리더십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AI 기술을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뜨겁다.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각국이 국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앞으로 AI가 생산현장뿐만 아니라 교육, 운송, 의학, 쇼핑 등 모든 분야를 바꿀 기술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국방을 포함한 국가안보도 AI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AI 기술은 과거 불과 전기를 발견한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드림팀' 꾸린 美,13억명 빅데이터 가진 中… '미래'를 건 싸움
◆AI 리더십 강화하는 미국

AI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알파벳, 아마존, IBM 등은 AI 기술을 이미 수많은 상품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정부 주도로 AI에 집중 투자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 기술고문인 마이클 크래치오스는 10일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AI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규제를 낮추고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관할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 국립과학재단, 국방연구개발기구(DARPA) 등이 AI 패널을 설립하기로 했다.

AI 기술은 산업 리더십 확보 외에 군사 경쟁력 유지에도 중요하다. 뉴욕타임스는 “AI는 국가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군TV 네트워크는 지난 1월 수십여 개의 공격용 무인 드론이 힘을 합쳐 공격하는 ‘집단 지성’ 시험과 관련한 영상을 방송해 미국을 긴장시켰다. 로버트 워크 전 미국 국방부 차관은 “중국이 쫓아오는 지금은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지적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란 기술 우위에 안주하던 미국이 1957년 옛 소련이 먼저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큰 충격을 받은 것에서 나온 말이다.

◆빅데이터 앞세워 추격하는 중국

중국 경찰은 최근 5만 명이 운집한 콘서트장에서 수배 중이던 범인을 체포해 주목받았다. 선전에선 길을 무단횡단하면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벌금 메시지를 보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중국 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센스타임의 얼굴인식 기술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기업가치가 45억달러에 달하는 이 회사는 설립 직후인 2015년부터 안면인식 기술로 범죄자를 잡는 폐쇄회로TV(CCTV) 플랫폼 등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모든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부 지원 아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포함해 600여 개 스타트업이 AI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의 AI 전문 인력만 4만 명이다. 장야친 바이두 총재(회장)는 “10만 명의 AI 인재를 양성해 5년 뒤에는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공언했다.

AI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방대한 데이터가 필수다. 중국은 13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쏟아내는 데이터양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데 거의 제한이 없다는 것도 강점이다. AI 특허 보유 건수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지만 특허등록 증가율은 미국의 7배에 달한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도 경쟁 가세

유럽연합(EU), 영국, 러시아 등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2020년까지 AI 분야에 200억유로(약 25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도 경쟁적으로 AI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계획을 내놨다.

러시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AI를 가진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며 투자를 강조했다. 러시아는 AI에 연간 125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추가영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