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이 1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둥지를 튼다. 미국 정부는 이날 오후 4시께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아 예루살렘 남부의 아르노나에 있던 기존 미국영사관에서 미국대사관 개관식을 연다.

개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등 800여 명이 참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지만 개관식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며 주이스라엘 대사관의 이전을 지시한 바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뒀던 미국의 외교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행보가 한층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다.

미국대사관 이전이 중동을 비롯한 세계정세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이스라엘에 있는 외국대사관 대부분은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에 속하지 않는 도시로 규정한 유엔 결의안과 국제법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뿐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의 공동 성지로 꼽히고 유엔은 1947년 11월 예루살렘의 종교적 특수성을 감안해 국제사회 관할 지역으로 규정한 바 있다.

중남미의 친미 국가인 과테말라와 파라과이도 이달 말까지 각각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부를 공산이 크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 이후 아랍국가들은 예루살렘 대사관이 국제법에 위반한다고 비판해왔다. 팔레스타인도 미래의 자국 수도가 동예루살렘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을 위한 평화협상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로 인한 유혈사태도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미국대사관 개관일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가자지구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난 3월 30일부터 가자지구 분리장벽(보안장벽) 부근에서 '위대한 귀환 행진'이라는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한달 반 동안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 등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40명이 넘는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시위에 대비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주변에 병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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