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란 군사네트워크 여전"…전면전은 아니라도 확전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해 동맹국들에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리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이 그동안 역내에서 축적해온 군사 네트워크가 공고해 전쟁을 초래하는 모험을 감수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신문의 지적이다.
핵 합의 폐기 불구 이란 영향력 억제는 제한적
이 신문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자 이란은 민병대를 보내 현지 정파를 지원, 이라크를 자신의 세력권에 편입시켰다.

이란은 또 2010년대 초반의 '아랍의 봄' 봉기가 예멘과 시리아 정부를 강타하자 현지 무장조직을 지원했다.

시리아 내전의 장기화를 틈타 현지에 군사적 인프라를 구축할 기회도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핵 합의가 지역의 골칫거리인 이란의 행보를 차단하지 못한다며 탈퇴를 선언했지만, 이란으로서는 나라 밖에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강력한 민병대 네트워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과 이라크의 정당들은 의회 선거에서 경합하고 있다.

이란과 제휴를 한 예멘의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과거 '악의 축' 구성원들은 이제는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에 걸쳐 소위 '저항의 축'을 구축, 가장 강력한 적대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문간까지 와 있다.

이란의 군사 네트워크가 재래식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는 없지만, 이란의 적들에게는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 수니파 국가들은 반이란 동맹을 강화하지만, 그들의 역량은 제한적이다.

미국은 시리아에 대해 일부 대외 원조를 중단하고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을 위해 배치된 약 2천명 병력의 철수를 희망하는 등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에 연루되기를 주저하고 있다.

사우디 주도의 걸프 국가들도 최근 수년간 첨단 무기에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효과 측면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특히 이들의 수표외교(checkbook diplomacy)에 대한 의존은 레바논과 시리아, 이라크 내 영향력 확대에 제한적이다.

워싱턴에 있는 중동연구소의 분석가인 란다 슬림은 "네트워크를 끈끈하게 하는 것은 단지 돈만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와 투자 의지"라며 "사우디는 이런 종류의 해법이 없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도시보다는 이스라엘군 시설을 향하고, 이스라엘도 사람이 아닌 무기를 표적으로 하는 등 양쪽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지만, 싸움이 더 커질 위험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 위기 분석회사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쿠프찬은 "이란은 시리아에 인프라 구축을 원하고, 이스라엘은 그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일촉즉발의 위기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