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총선 승리로 15년 만에 권좌에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93)가 중국 자본의 말레이시아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점점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시도다.

마하티르 총리는 총선 직후인 10일 기자회견에서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사업을 포함해 전(前) 정부의 모든 사업을 재평가하겠다”며 “중국과 협상을 통해 양국 간 무역협정도 수정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총선 기간에도 “ECRL사업이 말레이시아 주권을 중국에 저당 잡히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CRL은 130억달러짜리 사업으로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교통건설이 주도하고 있다.
15년 만에 복귀한 마하티르… '차이나머니'부터 견제
지난달 노무라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인프라 투자에 들어간 중국 자금이 342억달러(약 36조원)에 달했다. 말레이시아 정계에선 ‘중국 자본의 인프라 장악으로 경제주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스리랑카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야 했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주에서 추진되는 중국 자본의 부동산사업도 대부분 구매자가 중국인이어서 영토를 할양해주는 것에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2010년 중국 자금으로 건설한 남부 함반토타항을 2016년 중국 항만기업 자오샹쥐에 매각했다. 중국은 마탈라라자팍사국제공항도 매각하라고 스리랑카에 요구하고 있다. 이 공항은 건설비 2억9000만달러 중 1억9000만달러를 중국 수출입은행이 대출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 기업이 현지인 고용과 기술 이전에도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투자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의 중국 자본 견제는 정적인 나집 라작 전 총리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그는 나집 전 총리의 부정부패에 중국 자본이 활용됐다고 비판해왔다. 마하티르 집권 직후인 12일 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은 나집 전 총리 부부의 출국을 금지했고 13일에는 경찰이 나집 총리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나집 전 총리는 국영투자펀드 1MDB에서 수억달러의 나랏돈을 비자금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대사관은 마하티르 총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성명을 통해 “일부 인사가 반중 정서를 선동하고 중국 자본을 경멸한다”고 반발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