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높아졌다. 상대방 군 시설을 ‘주고받기’ 식으로 타격한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립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두 나라의 갈등엔 해묵은 종교·민족 갈등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칫 전면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결정도 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복 주고받은 이란·이스라엘

네타냐후 "이란, 데드라인 넘었다"… 전면전 경고
이스라엘은 10일 새벽 1시45분부터 3시45분(현지시간) 사이에 시리아를 향해 공대지 미사일 60여 발과 지대지 미사일 10여 발 등 70여 발을 발사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일대에 이란군이 설치한 무기고와 막사, 초소, 방공망 등이 표적이었다. 미사일 공격으로 시리아군과 친정부군 23명이 숨졌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불과 두 시간 전인 이날 0시께 이란군이 골란고원에 주둔한 이스라엘군 초소를 향해 로켓 20여 발을 발사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이란은 이스라엘군에 대한 공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보복에 나섰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시리아에서 이스라엘 기지로 날아든 로켓포 20발” 등의 표현을 쓰면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8일엔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 근처 키스웨 지역의 이란 군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외신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양국 간 최대 규모의 군사적 충돌이라고 전했다. 이란이 직접 공격에 나섰다는 점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을 통해 이스라엘을 간접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눈에는 눈’ 식 대응… 확전 가능성

양국이 상대방의 공격에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하면서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란이 중동에서 세력을 넓히면서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시리아 영토에 대규모 군시설을 지었다. 이란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이란군도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이란이 미국 등과 맺은 핵협정을 어기고 핵 개발을 지속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녹화 영상에서 “이란은 레드 라인(한계선)을 넘었다. 우리의 대응은 그 결과였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이란은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을 ‘아랍 세계의 적’으로 규정해 왔다. 거세미 대변인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은 시리아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범하면서 근거 없는 핑계로 시리아 영토를 상습적으로 공격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경계감이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BBC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미국의 의도가 담겼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이란이 이슬람 무장단체를 통해 해외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등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면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미국이 오는 14일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기로 한 것도 분쟁을 낳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전 당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