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웃으며 걷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웃으며 걷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9일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행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당시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인 세 명이 석방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두 번째 평양 방문을 동행 취재한 캐럴 모렐로 WP 기자는 ‘국무장관과의 북한 여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WP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을 출발하면서 억류된 미국인을 데려올 수 있을지는커녕 김정은의 면담 여부를 차치하고 평양에서 만날 당국자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모렐로 기자는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에 미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리, 매슈 리 AP통신 기자와 함께 탑승했다. 미국시간으로 7일 출발한 비행기는 알래스카와 일본을 거쳐 24시간 동안 비행한 끝에 평양에 도착했다. 기자들은 사흘 전에야 하루짜리 비자 발급을 안내받았지만 정확한 행선지와 탑승 목적은 알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행기에서 정상회담 계획과 관련한 일반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하지만 억류 미국인 세 명의 석방을 두고는 “정상회담을 하기 전 석방하면 훌륭한 제스처가 될 것인 만큼 그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8시 평양에 도착한 기자들은 고려호텔 로비에서 면담 진행 상황을 듣기 위해 한없이 기다려야 했고, 가끔씩 국무부 관리들이 내려와 상황을 알려줬다. 폼페이오 장관 일행, 북한 관료들과의 오찬에는 철갑상어, 거위, 랍스터, 스테이크, 잣죽, 콘 차우더, 바나나 아이스크림이 나왔고 음식이 너무 많아 폼페이오 장관 참모들이 미안함을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후 4시 김 위원장을 만났고 1시간 반 뒤 호텔로 돌아왔다. 두 기자가 “기쁜 소식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질문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그제야 웃으며 손가락으로 행운인사를 보냈다. 그리고 15분 뒤 국무부 관리가 석방 소식을 들고 기자들에게 돌아왔다.

억류자들은 오후 7시 석방됐고 그로부터 1시간40분 만에 비행기가 순안공항을 이륙했다. 비행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벗어나 일본에 착륙하기 30분 전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가 폼페이오 장관이 두 번째로 방북했을 때까지도 진통을 거듭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렐로 기자는 “미 국무부는 일반적으로 모든 것을 위한 정교한 계획과 절차를 원한다”며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 13시간 동안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거의 그렇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