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이란 核협정 탈퇴 선언은 '불충분한 합의 못한다'는 對北 메시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에 대해 “불충분한 (비핵화)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 브리핑에서 “오늘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는 이란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1992년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돌아가 핵 연료의 전면과 후면, 즉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란 핵 합의는 이 부분이 부적절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구축한 두 갈래의 핵물질 생산 프로그램을 모두 영구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두 가지 핵물질 생산 프로그램은 영변 5㎿ 원자로 및 재처리 시설 등에서 추출하는 플루토늄 프로그램과 원심분리기 등을 활용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말한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 핵협정이 고농축 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을 15년 동안만 제한하는 불완전한 합의라며 강하게 비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약의 일몰규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이를 묵인한다면 중동에서 곧 핵무기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수용할지 여부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는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북한 비핵화의 대상과 시기, 강도 등에 대한 기준을 높여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일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즉각 폐기하도록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5일 볼턴 보좌관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의 4일 회동 결과를 소개한 보도자료에서 “모든 핵무기, 탄도 미사일, 생화학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북한 WMD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라는 공유된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WMD의 폐기를 강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