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장남 절친 판리친, '5·4 운동' 99주년에 통렬히 비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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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명문대인 베이징대학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종신집권 추진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8일 보도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혁명 원로의 자제인 '훙얼다이'(紅二代)로서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 덩푸팡(鄧樸方)의 절친한 친구인 학자 판리친(樊立勤)이 지난 4일 베이징대 내 교정에 24장에 달하는 장문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날은 1919년 5월 4일 베이징대 학생들 주도로 일어났던 반제국주의 운동인 '5·4 운동'의 99주년이기도 하다.

판리친은 이 대자보에서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헌법에서 '국가주석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시 주석의 종신집권을 가능케 한 것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대자보는 "시진핑은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처음으로 종신집권을 하려고 한다"며 "한입에 달을 삼키고, 또 한입에 해를 삼키려고 하더니, 이제 전 세계의 우두머리가 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대자보는 '국가의 운명을 한두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것은 비정상적이며 매우 위험하다'는 덩샤오핑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문화대혁명 시절 마오쩌둥 1인 독재의 폐해를 절감한 덩샤오핑은 종신집권을 금지하고 집단 지도체제를 마련하는 등 권력의 집중화를 막는 데 힘썼다.

대자보는 시 주석이 별다른 업적도 없으면서 종신집권을 추진한다고 비판하면서, 헌법에 삽입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낡은 관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 최대의 치적으로 여겨지는 반부패 사정에 대해서도 "이는 노동자가 일하고, 농민이 밭을 갈고, 군인이 전투하는 것처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그 한계도 커서 파벌 간 정치투쟁을 제외하면 별다른 내용도 없다"고 비판했다.

판리친이 지난 4일 오후 이 대자보를 붙이자 얼마 후 경찰과 대학 경비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대자보를 떼어냈다.

하지만 "베이징대는 사상의 자유의 성지다. 이렇게 나아간다면 중국에 무슨 미래가 있느냐"고 외치는 그의 위세에 눌려 체포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과일보는 판리친이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의 '절친'이라는 점에 주목해 그의 비판이 덩샤오핑 일가의 정치적 입장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사평론가 린리허는 "이 대자보는 훙얼다이와 지식인들이 시진핑의 종신집권에 대해 가진 생각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러한 개인적인 반발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