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달성을 위해 최대한의 압박을 내세운 트럼프 외교가 취임 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특히 미북 정상회담과 미중 무역문제, 그리고 이란 핵 합의 등 '3제(題)'의 성패가 트럼프 외교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현지시간) 향후 6주가 이른바 트럼프식 외교의 성과를 입증하는 고비가 될 것이며 그 결과가 앞으로 수년간 미국 외교의 틀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최대한의 압박을 내세운 트럼프식 외교가 자칫 협상 당사자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핵-이란-미중 무역… 향후 6주 트럼프 외교 판가름 할 3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추구해온 외교의 특성은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제로섬 협상으로, 자신을 승자로 만들기 위해 '레버리지(수단)와 의심'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위협이 주요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방은 자신들이 패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미국도 패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밀어붙일지 의문을 갖게 된다.

중국과의 무역마찰은 트럼프 행정부 이러한 전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중국이 미국 측의 요구와 위협에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영구적인 정책이 아니라 일단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관세라는 수단을 동원했다.

양측 재무, 무역 대표들이 대거 참석하는 3~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양국 무역회담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과잉생산과 기술이전, 지적 재산권 등 핵심 이슈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이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만약 중국 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내세운 자신의 목표를 축소하거나 아니면 중국과 전면 무역전쟁을 감수하는 확대전을 전개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결국 관세 폭탄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전술은 승자와 패자가 아닌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관세 공세에 대응해 미 농산품에 보복관세를 선언했고,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덜 민주주의적인 중국의 정치체제가 미국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또 다른 빅 테스트는 오는 12일 시한인 이란 핵 합의를 둘러싼 제재 유예조치의 연장 여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합의의 결함을 지적하면서 유럽 측 참여국들에 일부 조항 수정을 위한 재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기존 합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미사일 개발과 중동 지역 영향력 확대 등 이란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입장을 고수하면서 핵 합의 탈퇴를 고집할 경우 미국과 가까운 동맹인 유럽국 간에 간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아마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이후 양측간 가장 심각한 내분이 될 것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핵 합의를 포기할 경우 유럽 측으로선 미국과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으므로 마지못해 미국을 따라갈 것이나 그 앙금과 불만이 오래 갈 수 있다.

이것 역시 승자와 패자가 아닌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트럼프 행정부 최대의 도박이다.

그는 자신의 정책이 결국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미국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한국전 종전선언과 외교적 승인, 그리고 핵보유국으로서 추인 등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다른 것들을 겨냥할 수 있다.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외국 투자 유치를 노릴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위협이 북한에 대해 레버리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김정은은 오히려 자신의 핵무기가 미국에 레버리지로 작용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상호 입장에서는 회담에서 상대방이 수락하기 힘든 조건을 제기할 수 있다.

모두가 회담의 성공을 바라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회담의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조급하게 마련된 국제회담은 위험이 그만큼 크게 마련이다.

물론 미북 회담은 위험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만약 실패하면 양측은 전쟁에 그만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