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위원 18명 중 10명 남아…보류되면 2차대전 후 처음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에 휩싸여 제 기능이 어려운 가운데 올해 수상자 선정 여부가 4일(이하 현지시간) 최종 결정된다.

내년에 2명의 수상자를 발표할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자칫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올해 문학상 수상자를 낼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성추문 탓 올해 노벨문학상 건너뛰나… 선정여부 4일 발표
한림원 행정책임자인 루이즈 헤드베르그는 2일 스웨덴 라디오 방송에 출연, 올해 문학상 수상자 선정 여부를 4일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헤드베르그는 이어 "기자회견은 없고, 발표문이 배부될 것"이라며 한림원 위원들이 만난 뒤 가능한 한 일찍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통상 매년 10월 종신위원들 투표로 결정한다.

종신위원은 모두 18명이지만 현재는 사실상 10명만 남았다.

지난해 11월 미투 파문 이후 7명이 사퇴했고, 1명은 1989년 '악마의 시' 작가 살만 루슈디를 처형하라는 파트와(이슬람 율법에 따른 칙명)와 관련해 한림원이 규탄 성명을 거부한 후 전혀 활동하지 않고 있다.

한림원 규정에 따르면 종신위원은 회의 참석이나 어떤 결정에 불참할 수는 있지만 사퇴할 수는 없다.

또 종신위원을 새로 받아들이려면 최소 12명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이번 파문 후 한림원 후원자인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는 종신위원들의 사퇴를 허용하는 쪽으로 규정을 바꾸는 데 동의한 상태다.

1901년 처음 시행된 노벨문학상의 수상자 선정이 보류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1914년, 1918년, 1935년, 1940~3년 등 모두 7차례로 대부분 전시 때다.

최근 페르 바스트베르그 종신위원은 "올해 수상자 선정이 보류되면 내년 10월에 수상자를 2명 발표할 것"이라고 영국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다른 노벨상 수상자들은 다른 기관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문학상 수상자 보류와는 관계가 없다.

한림원을 강타한 미투는 지난해 11월 여성 18명이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로부터 1996년부터 최근까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아르노는 카타리나 프로스텐손 당시 종신위원의 남편으로, 한림원의 재정 지원을 받아 스톡홀름에서 문화센터도 운영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프로스텐손이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혐의까지 받았다.

프로스텐손은 사임하지 않았고, 결국 다른 종신위원 3명이 물러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후 미온적 대처로 비난을 받은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도 물러났고 결국 프로스텐손도 자리를 내놓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