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자율운항 선박 시동거는 일본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자율운항 선박으로도 눈을 돌리고 나섰습니다. 글로벌 각국에서 선원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박의 자율운항이 가능해지면 물류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원격으로 조정하거나 인공지능(AI) 등이 자동으로 배를 조정하는 ‘자동 선박’ 실용화를 적극 추진키로 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올 여름부터 주요 해운회사들과 협력해 실증실험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일본우선 등 기업들이 자율운항 선박 도입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2년에 자율운항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관련법도 개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법이 개정되면 일본에서 운항이 자동으로 되는 선박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게 됩니다.

국제 규칙 제정에도 일찍부터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조약 개정을 추진해 국제 항로에 자율운항 선박이 오가는 것이 가능토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IMO에서 규정이 만들어지면 자율운항 선박 사고시 보험 처리 기준도 마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율운항 선박은 육지에서 원격조정하거나 인공지능(AI)이 기상 조건이나 해면 상태, 표류 물을 감지·분석해 최적의 항로를 자동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배를 가리킵니다. 일본 정부와 관련 업계는 자율운항 기술 개발로 글로벌 해운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영국 롤스로이스 등이 적극적으로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나선 상황인데 일본 정부는 롤스로이스와 손잡고 각종 실증실험을 진행키로 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참여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국제 물류운송의 90%를 차지하는 해상운송에서 자율운항 선박이 도입되면 물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선박에 승무원 거주구역과 전력시설 등의 감소로 운반공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체가 가벼워져 연비도 향상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술 정확도가 높아지면 충돌이나 좌초 등 해난사고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또 선원 인력 부족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개발도상국 등의 경제성장으로 2025년에 전 세계에서 필요한 선원의 20%가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선박 자율주행은 기술적 장애물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자동차처럼 빨리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는 것이 어렵고, 조류와 바람 등 기상조건의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과연 계획대로 무인 자율운항 선박의 도입이 이른 시기에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공상과학 영화 속 미래상이 빠르게 현실이 되는 모습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