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법인등기 온라인화 등을 통해 회사 설립에 걸리는 기간을 열흘에서 하루로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회사 설립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제도와 법규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법인등기에 필요한 공증인의 회사 정관 검사를 직접 대면 방식으로 하던 데서 탈피해 스마트폰이나 PC로도 할 수 있도록 온라인화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6월에 마련할 신성장전략에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반영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법인 설립 절차 간소화에 나선 것은 복잡한 규정 때문에 창업이 부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체 사업장 중 신설 법인이 차지하는 비율인 개업률은 5.6%(2016년)로, 10%대 중반 수준인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각종 규제 때문에 공장 신·증설은 힘들지만, 회사 설립은 온라인 법인설립시스템을 활용하면 3일 이내에 가능하다. 세계은행의 국가별 기업환경 조사에서 나타난 ‘스타트업 천국’인 미국의 회사 설립 기간은 5.6일보다 짧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메스를 집중적으로 대는 곳은 공증인의 정관인증 절차다. 현재는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면 회사 목적과 조직 등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는 정관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인 설립자가 공증인 사무소를 방문해 직접 인증을 받아야 한다. 공증인의 정관인증 기간만 1주일가량 걸린다. 이 같은 제도는 신설 법인이 사기나 자금세탁 등 범죄 은닉처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형식적 검증 절차로 인해 법인 설립 기간만 늘어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창업자가 사법서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공증인과 대면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공증인도 정관에 큰 문제가 없으면 10여 분간의 면담을 형식적으로 하는 사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개정안이 시행되면 창업자가 공증인 사무실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공증인과 면담할 수 있게 된다. 설립 등기 수속도 온라인으로 정관 검사와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법인 설립 의뢰부터 24시간 안에 법인 설립등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는 작년 여름에 주식회사 등 법인 설립 수속을 온라인화하기로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각의 결정 후 발족한 정부 검토회의에서는 공증인에 의한 정관 인증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법무성이 ‘부정한 목적의 회사 설립을 막을 수단이 없다’고 반대하면서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일본에선 전직 검사와 판사 출신인 정관인증 담당 공증인 500여 명이 기득권 세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