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갈등 소강국면서 다시 격화

美 USTR, 14년 연속 지정
中 "공정성 결여됐다" 반발

WTO서 '무역법 301조' 공방
양자협의 결렬 가능성 높아져
내달 美 경제팀 訪中이 분수령
미국이 합작기업에 대한 강제적인 기술이전 관행 등을 문제 삼아 중국을 14년 연속 지식재산권 분야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중국 정부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통관 절차를 밟던 미국산 반도체 설비를 압류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경제·통상 분야 고위 관리들의 중국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양국 통상 마찰이 다시 격화하는 모습이다.
美, 지재권 감시대상 또 지정하자… 中, 미국 반도체장비 압류 반격

○지재권 놓고 으르렁대는 美·中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7일(현지시간) 배포한 ‘2018년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서 중국을 포함해 인도, 러시아 등 12개국을 지식재산권 분야 우선감시대상국에 지정했다. 중국은 2005년부터 14년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스페셜 301조 보고서는 USTR이 통상법에 따라 주요 교역국의 지재권 보호와 집행 현황을 검토해 매년 발표하는 연례보고서로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USTR은 중국을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재지정한 이유로 강제적인 기술이전 관행과 거래기밀 도둑질, 만연한 온라인 저작권 침해, 모조품 제작 등을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28일 성명을 통해 “중국은 여러 해 동안 지속적으로 지재권 분야의 행정·사법 보호권을 강화해왔다”며 “관련 제도와 보호 수준은 국제적 통용 규정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장기간 일방적으로 다른 국가의 지재권 상황을 판단해왔다”며 “미국의 판단은 객관적인 기준과 공정성이 부족해 여러 나라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USTR의 보고서 발표를 겨냥해 미국에서 들여오려던 반도체 설비를 압류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상하이 세관은 올해 초 중국 반도체 기업인 중웨이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미국산 설비를 압류했다. 이 설비의 가치는 3400만위안(약 58억원)어치로 당시 통관 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지재권 침해를 비판하는 미국 역시 반도체 분야 지재권 침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뒤늦게 이를 공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므누신, 내달 방중이 분수령 될 듯

미국과 중국은 27일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절차(DSU)의 두 번째 양자 간 협의에서도 미국 무역법 301조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무역법 301조는 다른 국가가 미국 제품에 대해 국제통상 규범에 벗어나는 차별대우를 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USTR을 통해 관세 부과와 특혜 철회 등 무역보복을 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301조 조사를 통해 중국산 수입품 1500억달러(약 161조원)어치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이달 초 미국을 WTO에 제소하며 양자협의를 시작했다. 중국은 자의적 요소를 담고 있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WTO 규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제통상시스템을 해치는 일방주의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의 행태는 다른 나라의 왜곡 조치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WTO 회원국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이번 양자협의가 결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WTO DSU 규정에 따르면 양자협의 요청을 받은 피소국(미국)은 30일 안에 협의를 개시해 60일 이내에 합의해야 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WTO가 본격적으로 조사와 심의에 나서는 패널 절차가 시작된다.

양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다음달 3~4일로 예정된 므누신 장관 등 미국 경제사절단의 중국 방문이 미·중 통상갈등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므누신 장관을 비롯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미 경제·통상 분야 책임자들이 중국의 요청에 따라 베이징을 방문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중국 측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과 류허(劉鶴) 부총리가 협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상갈등에서 고려할 요소가 많아 협상이 타결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