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상대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더딘 편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깜짝 놀랄 만큼 남성 중심 문화도 곳곳에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최근 후쿠다 준이치 재무성 차관이 여기자에서 “가슴을 만져도 되냐”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거침없이 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일본의 문화적 토양이 한몫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공고하게 유지됐던 일본의 남성중심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대표적으로 여성 채용에 소극적인 기업으로 꼽히던 편의점 체인기업 패밀리마트도 내년부터 신입사원의 절반을 여성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패밀리마트는 2019 년 봄에 입사하는 신입사원 채용에서 여성의 채용 비율을 5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신입사원의 35%를 여성으로 뽑은데 이어 여성 채용을 크게 늘리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패밀리마트는 일본 편의점 3대 업체 중에서도 여성 직원의 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패밀리마트의 여성 직원의 비율은 13.2%로 세븐일레븐재팬(30%), 로손(17%) 등에 비해 낮았습니다. 가맹점을 관리·감독하는 슈퍼바이저 직급에선 여성 비율이 4%에 불과했습니다. “24시간 영업에 대응하고, 육아와 양립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게 그동안 회사가 내놓던 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시대조류에 뒤쳐진 태도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이에 따라 회사 측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여성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나섰다는 설명입니다. 패밀리마트는 올해 처음으로 여대에 나가 회사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여성인력 채용에 나섰습니다. “여성 고객이 늘고 있기에 여성 직원을 늘리고, 각종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문화가 그들이 밝힌 계획 대로 꾸준하고, 광범위하게 바뀌어 나갈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