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을 통한 유가 띄우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유가 고공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OPEC이 또 그 짓을 하는 것 같다”며 “바다에 있는 (원유로) 가득한 선박들을 포함해서 모든 곳의 원유량이 기록적으로 많은데도 유가는 인위적으로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고유가는) 좋지 않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의를 개최한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비(非)OPEC 10개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지난해 1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평균 180만배럴 줄여왔고, 올해 말까지 감산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6월 시장 상황에 따라 이같은 감산 합의 조건을 수정할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린 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7.62달러로 떨어졌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72.95달러로 하락했다. 앞서 WTI는 배럴당 69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달 74달러를 넘어서면서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 등 지정학적 불안과 사우디의 100달러 목표설 등이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OPEC을 비판한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우디가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로이터의 보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에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가격은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비판했다. 앞서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아직은 임무 완수와 같은 헛소리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며 감산 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기존의 감산 합의를 이행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감산 합의가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CNBC는 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