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북·미 정상회담의 시계추가 빨라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그동안 중재자(한국)를 통해 서로 의중을 떠보던 미국과 북한도 직접 접촉해 담판 짓기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지난 3월31일~4월1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북·미 정상회담의 3대 쟁점인 회담 시기와 장소, 의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한다. 취임 초부터 거의 매일 40분가량 정보를 보고하며 신임을 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결정한 뒤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으로 기용하면서 “나와 사이클이 완벽하게 맞는다”고 했다. 폼페이오 특사 파견이 김 위원장과의 ‘사전 담판’ 성격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 문제에 대해 “지난 25년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고 말해왔다. 그런 그가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리조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최고위급 레벨에서 북한과 대화해왔다”며 “거기엔 선의가 가득하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의 사전접촉 성과가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북한이 이번 사전 접촉에서 비핵화 일정과 방식을 두고 큰 틀에서 합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한·미·일 3국이 2020년까지 북한 핵개발 계획을 전면 폐기토록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협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2년 기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안에 비핵화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북핵 해결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은 “비핵화 시기를 못박는 것은 현재로선 적절치 않다”고 답했지만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기에 대해 “6월 초 또는 그보다 좀 더 빨리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소는 미국을 제외한 다섯 곳을 후보로 검토 중이라고 구체화했다. 그동안 거론된 후보지는 제네바와 울란바토르, 스웨덴, 판문점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결국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라며 “내가 항상 얘기하듯 두고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이 제대로 안 되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도 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손성태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