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민 일상에 변화 없고 수도선 '알아사드 지지' 시위
서방-러시아 간 갈등에 50만명 사망자 낸 내전 종식 더 요원할 듯
시리아공습 '성공' 자평에도 8년째 내전 주민 참상은 그대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지난 14일 새벽 시리아 합동 공습작전을 성공리에 수행했다고 자찬했지만 8년째 접어든 내전의 수렁에 빠진 시리아 주민의 일상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서방은 "시리아가 또다시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추가 공습을 하겠다"는 경고를 남긴채 시리아를 더욱 옥죌 기세다.

그러나 시리아에서는 서방의 공습에 반발하는 시위가 열리는 가하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서방의 공습과 제재 등으로 이미 피폐한 시리아 주민의 삶만 더욱 고단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리아공습 '성공' 자평에도 8년째 내전 주민 참상은 그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 '트럼프의 시리아 공습 후 시리아인들은 '다음엔 뭔가'라며 궁금해한다'는 제목의 향후 분석 기사에서 서방의 공습이 시리아인 대부분에 거의 어떠한 변화도 주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시리아의 고통스러운 현 상황은 내일과 그 다음 날에도 수렁에 빠진 채로 그대로 남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번 공습에 타격을 받아야 할 알아사드 대통령은 여전히 집권을 공고히 했다.

오히려 수도 다마스쿠스 주요 광장에서는 수백명의 인파가 국기와 대통령 포스터를 들고나와 알아사드 대통령을 응원하고 서방을 규탄했다.

알아사드 대통령도 대통령 집무실로 출근하는 모습을 공개, 다마스쿠스의 일상이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시리아군이 최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부터 탈환한 락카시에서는 그 조직원들이 퇴각하기 전 곳곳에 매설한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일 발생한 화학무기 의심 공격으로 서방에 공습 빌미를 제공한 동(東)구타 두마에서는 주민 수천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서방의 공습 후에도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의 참상은 그대로 남았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셈이다.

이번 공습이 앞으로 시리아 사태 해결을 더 꼬이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리아공습 '성공' 자평에도 8년째 내전 주민 참상은 그대로
시리아에서 세계 최강국 미국과 러시아 간 대리전 양상이 펼쳐진 데다 시리아 사태에 이미 개입한 중동의 강대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도 한층 고조돼서다.

미국 등 서방·이스라엘 대 러시아·이란 대립 구도도 시리아 사태를 계기로 더욱 분명해졌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시리아 내 포성이 잠시 잠잠해지면 터키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간 충돌이 재발하고 이스라엘과 이란 간 '그림자 전쟁'이 또다시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서방이 알아사드 정권을 징벌하고자 황폐화한 시리아의 재건 지원을 거부할 경우 보통의 시리아인들 삶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 재건에 4천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이들은 시리아의 평범한 주민들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오클라호마대학 중동학 센터의 조슈아 랜디스 소장은 이 공습을 두고 "알아사드에게 벌을 내리는 게 아니라 가난한 시리아 국민을 징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목표가 대테러리즘, 안정화, 난민 귀환이라면 이것들은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구타 두마 출신의 반정부 활동가 오사마 쇼가리도 "미국 공습은 시리아인들의 어떤 것도, 지상에 있는 어떤 것도 바꾸지 못했다"고 단정했다.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사용이 아닌 또 다른 잔혹한 방식으로 반군·야권 탄압을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서방 공습의 핵심 메시지는 알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보낸 것인데 만약 시리아군이 자국민을 상대로 다른 살상무기 사용 시 서방이 이를 묵인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위기그룹(ICG)에서 시리아를 연구해 온 선임 분석가 샘 헬러는 "설령 이번 공습이 화학무기 억지라 해도 시리아에는 실질적 파문을 거의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전통적인 무기 수단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공습 '성공' 자평에도 8년째 내전 주민 참상은 그대로
게다가 서방의 이번 '제한된 단발성' 공습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계속 집권해도 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신호를 동시에 보냈다는 해석을 낳았다.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카네기 중동센터의 마하 야흐야 소장은 이와 관련, "알아사드의 승리를 가능하게 하면 시리아는 중동의 불안정한 중심에 계속 남아 있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시리아 주변국 터키, 이란, 이스라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의 개입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느 국가도 시리아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중재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날자 보도에서 '토마호크 공습이 목표물을 잿더미로 만들었지만, 시리아 내 진정한 어떤 변화도 없었다'며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가디언은 또 이번 공습이 약 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8년째 접어든 시리아 내전의 판세에는 어떠한 영향을 줬느냐에 대한 중대한 의심을 낳았다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공습이 값비싼 보여주기식 불꽃놀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리아 평화를 위한 어떠한 장기적 계획, 일관된 지정학적 전략도 없이 단행됐다는 지적도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알아사드 대통령 지지자인 아부 하이다르(62)는 가디언에 "우리는 폭발음을 들었을 때 공격을 한 게 미국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대피소에 가지도 않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숨지 않았다.

우리는 건물 옥상에서 다마스쿠스 하늘이 반짝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공습이 가해진 지역 인근에 사는 칼릴 아부 함자는 "나는 잠을 쭉 잤다.

이것은 어차피 팬터마임(무언극)이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