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6년만에 통화 긴축…미중 무역분쟁 위험 고려
싱가포르 당국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 6년 만에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싱가포르의 중앙은행 격인 통화청(MAS)은 13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제로로 유지해온 싱가포르 달러의 '정책 밴드'(policy band) 기울기를 소폭 올린다고 밝혔다.

정책 밴드의 폭과 중간값은 종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싱가포르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내놓았던 2012년 4월 이후 6년 만이다.

싱가포르는 명목실효환율(자국 통화의 명목적인 환율변화와 주요 교역상대국의 교역량 등을 가중 평균해 산출)의 정책밴드 기울기를 조정하는 방식의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긴축적 통화정책을 내놓는 경우 정책 밴드를 올리고, 확장적 정책을 위해서는 정책 밴드를 반대로 조정한다.

싱가포르가 이 정책 밴드의 기울기를 올린다는 것은 중립에서 긴축 기조로 돌아선다는 뜻이다.

MAS는 이날 조처를 '신중한 통화정책 조정'으로 표현하면서 "무역 분야 긴장에 따른 거시경제적 결과상의 불확실성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MAS는 이어 싱가포르 경제가 올해 꾸준한 확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면서 "향후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밴드 기울기 조정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시장 분석가들은 그 기울기가 0.5% 선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RCB 캐피털 마켓의 외환 전략 담당자인 수에 트린은 "MAS가 이렇게 신속하게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 놀랐다"며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면 완만한 긴축 정책 기조를 신속하게 되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