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 동일임금 법 통과시 '하향 평준화' 확산 가능성

닛폰유세이(日本郵政)그룹이 정규직 사원 5천여명에게 지급하던 주거수당을 10월부터 폐지키로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비정규직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수당이라서 이 수당이 폐지되면 정규직과의 격차가 축소된다.

일본 정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려는 기업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지만 정규직의 대우를 깎아 격차를 줄이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닛폰유세이그룹은 닛폰유세이(日本郵政), 닛폰유빈(日本郵便), 유초(郵貯)은행, 간포생명보험 등 4개사로 구성돼 있다.

수당 폐지대상은 원칙적으로 이사가 필요한 전근을 하지 않는 조건의 정사원(약 2만명) 중 주거수당을 받고 있는 5천여명이다.

매달 임대주택의 경우 최대 2만7천 엔(약 23만 원), 자가주택일 경우 구입일로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월 6천200-7천200 엔이 지급된다.

수당 폐지로 연간 최대 32만4천 엔(약 322만 원)이 줄게 된다.

민간 단일노조로는 일본 최대인 닛폰유세이그룹 노조(JP노조. 조합원 약 24만명)가 올 봄 노사협상인 춘투에서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과 같이 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한게 주거수당 폐지로 이어졌다.

닛폰유세이그룹은 종업원의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이다.

노조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된 것을 배경으로 정규직에게만 지급하는 가족부양수당과 주거수당 등 5가지 수당을 비정규직에게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 중 '연시(年始)근무수당'은 비정규직에게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거꾸로 "정규직의 노동조건은 기득권이 아니다"라며 일부 정규직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수당 폐지를 제안했다.

노조 측은 반대했지만 폐지 후 10년간 매년 현재 지급액을 10% 줄이는 식의 경과조치를 두는 조건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한랭지 수당 등도 삭감키로 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가 이번 국회에 가장 중요한 법안으로 제출한 일하는 방식 개혁법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후생노동성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안은 정규직에게만 지급하는 사례가 많은 통근수당과 식사수당 등 각종 수당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처우가 정규직 수준으로 높아지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비정규직의 임금을 높여 경제성장으로 연결하겠다는 계산도 있다.

아사히는 닛폰유세이그룹의 사례로 볼 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한 관련법이 통과될 경우 정규직의 처우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문제에 밝은 야마다 히사시(山田久) 일본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게 바람직하지만 인건비에 한도가 있는 만큼 정규직에게 불이익을 압박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제한된 인건비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식이 되면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되는 만큼 격차해소가 근로자측에 어떻게 플러스가 될지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 유세이그룹 정규직 일부 수당 폐지… 비정규직과 격차 해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