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라이터하이저 대표와 커들로 위원장에게 재가입 문제 검토 지시"
중국 견제·고립 의도 분석…"미 통상 정책의 중대 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손으로 백지화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의 복귀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이뤄진 지시여서 무역·통상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거나 고립시키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및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재가입 문제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복수의 인사들을 인용해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의 존 튠(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 및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인사들이 "중국의 이목을 끌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중국의 역내 경쟁국들과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커들로 위원장에게 "TPP에 재가입하는 문제를 한번 살펴봐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방식대로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튠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귀띔했다.

같은 당 벤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도 "중국의 속임수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선 중국보다는 미국과 보조를 맞출 의향이 있는 태평양 역내 다른 나라들을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TPP 재가입 찬성 입장을 밝혔다.
중국 견제용?… 트럼프, 무역전쟁 와중 'TPP 복귀 검토' 지시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에게 이같은 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근로자와 농민에게 불공정하다는 판단하에 오바마 행정부가 협상한 TPP를 탈퇴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면서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더 나은 합의에는 열려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으며 그런 점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커들로 위원장에게 더 나은 합의를 위한 협상이 가능할지 한번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포함해 공석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실질적으로 더 나은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TPP를 재검토하겠다"며 재협상을 전제로 TPP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지난 2월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선 "TPP는 미국에 몹시 나쁜 거래"라며 "더 나은 조건을 제의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인 TPP를 체결한 바 있다.

여기에는 교역 증대뿐 아니라 아·태 지역에서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깔린 것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보호 무역주의를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TPP에 대해 '우리나라를 겁탈하려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자행된 또 하나의 재앙'이라고 규정하며 탈퇴를 시사했다.

실제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23일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TPP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 때문에 TPP가 파기된 뒤 미국 정가에서는 역내 패권 약화나 안보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미 의회는 TPP 복귀가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안보다 중국의 무역 불균형 견제에 더 효과적이라며 탈퇴 번복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정재계 인사들과 만난 론 존슨(공화·위스콘신) 상원의원은 "우리가 TPP에서 탈퇴하는 바람에 중국이 지역에서 군림하게 돼 시진핑 주석이 웃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선 교역 대상국 연합체와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견제용?… 트럼프, 무역전쟁 와중 'TPP 복귀 검토' 지시
미국의 탈퇴에도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등 11개국은 지난달 8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TPP 협정문에 서명하고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으로,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다자무역 협상을 거부했던 그의 통상 정책에서 중대 변화"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TPP 탈퇴를 지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TPP 복귀에 어느 만큼의 관심을 두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할 경우 복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정확히 어떤 조건을 의미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나머지 11개 회원국이 미국의 복귀를 유인하기 위해 합의를 다시 하자는데 동의할지도 의문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무역정책 교수는 "미국이 합류하면 TPP가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너무 많은 요구를 하지 않는 한 다른 회원국들이 미국의 복귀가 가져오는 가치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