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정의용 실장과 1시간 만난 뒤 야치와 순차 회동…한미일 3자회동은 안 이뤄져
백악관 "볼턴, NSC 보좌관 취임 후 외국 안보수장과 첫 만남…긴밀 조율 약속"
북미간 비핵화 로드맵 이견 속 한미간 접점 마련 여부 주목

한미 양국 안보수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신임보좌관이 12일(현지시간) 오전 일찍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만남은 볼턴 보좌관의 지난 9일 취임에 따라 양국 안보사령탑 간 핫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상견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특히 4·27 남북정상회담과 5월∼6월 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노출된 가운데 한미 간 접점모색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볼턴 보좌관은 정 실장과 회동한 후 별도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만났으며, 한미일 안보책임자간 3자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백악관 NSC 관계자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볼턴은 오늘 오전 한국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일본의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을 각각 별도로 만났다"며 "안보책임자들은 지속해서 긴밀하게 조율ㆍ공조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실장과 야치 국장은 볼턴이 NSC 보좌관으로 취임한 이래 만난 첫 안보수장들"이라고 언급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오전 7시께 백악관에서 정 실장과 한 시간 가량 회동을 한 뒤 8시부터 야치 국장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실장이 볼턴 보좌관이 취임 이후 면담한 첫 외국 안보책임자인 셈이다.

그만큼 미국 입장에서도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두 정상회담에 큰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의 성공을 위한 한미간 공조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보여진다.

앞서 정 실장은 전날 낮 워싱턴DC에 도착했으며, 두 사람의 회동은 당초 이날 오후에 예정돼 있었으나 시리아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돌발변수로 인한 미국 측 사정으로 일정이 하루 연기됐다.

일각에서는 야치 국장이 내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 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정 실장과 같은 날 워싱턴DC에 도착함에 따라 한미일 안보수장간 3자 회동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3자 회동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일본 측으로서는 내주 미·일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조율과 함께 '재팬 패싱(일본 배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안보수장이 함께 있는 그림을 희망했을 수 있지만, 우리측으로선 두 정상회담 준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서도 양자 회동을 선호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의 방미는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직후인 지난달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정상회담 개최 제안을 전달, 북미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지 한 달 만이다.

앞서 청와대는 '정의용-볼턴' 핫라인 구축을 조기에 완료, 남북ㆍ북미정상회담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볼턴 보좌관 취임 후 가능한 한 빨리 회동을 하기 위해 백악관 NSC 측과 일정을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과거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했던 '슈퍼 매파'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중대국면을 맞아 두 안보사령탑 간 신뢰 구축과 긴밀한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남북, 북미정상회담 준비 상황에 대한 상호 간 공유가 이뤄지는 가운데 특히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를 염두에 둔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거론한 가운데 미국 측은 이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 조치'를 압박해왔다.

볼턴 보좌관이 '선(先) 일괄 비핵화, 후(後) 일괄 보상'으로 대변되는 리비아식 해법을 주창해온 가운데 중재자를 자임한 우리측은 북미 간 이견 속에 '포괄적 타결ㆍ단계적 이행' 쪽으로 큰 방향을 잡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큰 그림을 놓고 한미 간 어느 정도 접점이 마련됐는지 관심을 끈다.

이에 더해 '세기의 회담'이 될 역사적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를 두고도 양측간에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 길에 올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