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우디 왕세자 '종횡무진' 반이란 외교에 예민한 반응
이란 정부가 서방 주요 국가를 잇달아 순방하면서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주문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행보에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나라를 침략자와 전범의 명단에 기록하고 사담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자들은 이란에 대한 허위 의혹을 제기한다고 해서 진상을 모면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분자와 극단주의 조직을 지원하고 무기를 대는 사우디의 역할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사우디 왕가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손잡고 중동에서 범죄와 침략의 상징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란이 사우디를 맹비난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외무부 성명은 지난달부터 이어지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강경한 '반이란 외교'에 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영국, 미국, 프랑스를 연쇄 방문해 각국 정상에게 이란이 테러를 지원하고 핵무기 개발을 호시탐탐 노리는 나라로 지목하면서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이들 서방 주요국에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와 공동 사업, 무기 구매를 약속했다.

사우디 못지않게 이란을 적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이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10일 "이란의 팽창주의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는 데 사우디와 의견이 일치한다"고 화답했다.

미·영·프 순방을 마친 뒤 사우디는 이란 핵합의 수정을 본격적으로 요구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와 이들 국가의 정상 사이에서 이란 핵합의 수정과 관련, 모종의 공감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은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이란 핵협상에 직접 참여한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의 반이란 외교를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2일을 이란 핵합의 재협상의 시한으로 선언한 터라 이란은 미국의 압력에 맞서려면 핵합의 파기를 반대하는 유럽 측을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