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략목표서 알아사드 축출 뺀듯…전문가 "시리아 밖에서 피 안흘리면 돼"
러시아와 충돌도 최소화할 가능성…대통령 전쟁권한 놓고 의회 반발도
트럼프 '시리아 징벌' 엄포놨지만… 공습 실효성에는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겨냥한 응징 성격의 군사대응 결단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군사력 사용을 결정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조기 철수'라는 기존의 입장을 바꿔 시리아 문제에 더 깊숙이 관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 행정부 일부 관료들과 중동 전문가들은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미국의 징벌적 공습이 미국의 시리아 내 공식 목표 달성에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러시아, 이란과의 충돌 위험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최종 격퇴와 정치적으로 안정된 정부 수립이라는 시리아 내 양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합의되거나 실행 가능한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세움으로써 '제2의 IS'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미국의 오래된 전략 목표가 실종되는 모습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우리는 불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극단주의 세력 형성을 예방할 '포스트 내전' 청사진과 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 들어 미 행정부는 알아사드 축출이 더는 세부 목표가 아니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조지프 보텔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은 의회에서 '알아사드를 쫓아내는 게 여전히 미국의 정책 목표인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상원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알아사드의 집권 여부가 미국에는 별 상관이 없는 문제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헤리티지재단의 제임스 카라파노 외교국방정책 부회장은 "우리의 전략이 (시리아의) 정치적 안정을 상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전략은 시리아의 문제가 다른 곳에서 피를 흘리게 하지 않도록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리아 분쟁이 그곳에만 머무른다면 미국의 모든 이해가 충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공식 정책 목표와 달성 가능한 전략적 목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우리는 알아사드 정권을 결코 인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더라도 알아사드를 권좌에서 쫓아내려고 3차 세계대전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시리아 징벌' 엄포놨지만… 공습 실효성에는 '의문'
갈수록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서방과 충돌하는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견제도 트럼프 국방전략의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정부 관료들이 WP에 전했다.

러시아와 이란의 시리아 내 영향력 발휘를 억제하는 일은 미국의 임무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군사기지에 대한 폭격을 결정하더라도 러시아인 대피를 돕기 위해 러시아에 미리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4월 시리아 폭격 때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번에도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미군의 공격 대상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파이잘 이타니 연구원은 의도하지 않은 긴장 고조가 미국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우연히 그런 상황으로 가지 않는 한 우리가 그 길로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 결정을 앞두고 과연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전쟁 권한' 논란도 뜨겁다.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 "그는 대통령이지 왕이 아니다.

의회는 그가 어디에서든, 누구를 상대로든 전쟁할 수 있도록 한 백지수표를 더는 주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가 우리 승인 없이 시리아를 친다면, 무엇이 그가 앞으로 북한이나 이란을 폭격하는 일을 멈출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