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비중 41%…재수출 구조로 한국만큼 피해 클 듯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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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최근 '관세폭탄'을 주고 받으면서 양측의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한국처럼 샌드위치 신세가 된 대만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중 사이에 끼어 수출 주도의 성장을 해온 대만은 현재 미국의 고율관세 품목에 자국산 중간재들로 만들어진 완성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만 기업들은 주로 부품, 원자재, 반조립 제품을 중국 생산기지로 수출한 다음 이를 완성품으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는데 대만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무려 79.9%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만의 수출총액 3천173억 달러에서 홍콩을 포함한 대(對) 중국 수출액(1천302억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41.1%에 달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 24.8%보다도 훨씬 높다.

특히 대만 기업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생산 및 조립라인을 대거 중국 본토로 이전한 상태다.

이 같은 대중 의존 구조로 인해 양안 관계가 경색된 속에서도 대만의 지난해 대 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GDP)이 6.9%로 반등한 것에 힘입었다.

이는 지난해 대만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0.26% 높은 2.84%를 기록하는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마톄잉(馬鐵英) DBS그룹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만 브랜드의 컴퓨터 및 휴대전화의 해외 생산비율은 90%에 이른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대만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와 달리 대만 경제부는 이번 미중 통상갈등으로 인한 대만 경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 업체들이 생산하는 다수 제품들이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들은 주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런 분석의 근거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대만 내부에서 조차 대형 전자업체가 생산한 완성품 수출만 고려한 단견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웨이퍼나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대만 기업들이 중국 현지의 중국, 대만 업체 및 제3국 기업들과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수급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부분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대만 대륙위원회에 따르면 대만산 전자부품의 대 중국(홍콩 포함) 수출 비중은 55%에 달한다.

미국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1천333개 품목 중 상당수가 첨단 기술 제품군임을 감안하면 대만 전자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대만은 미국에 대해서도 수세적 입장이다.

미국과 상당한 무역거래를 해오며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은 미국을 상대로 682억 달러의 무역액을 기록, 미국의 11번째 교역 대상국 자리를 지켰으며 1987년 이래 최고치인 167억 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지난해 미국을 대상으로 대만보다 2배 많은 교역액(1천193억 달러)을 기록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179억 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대만은 특히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따른 철강 관세 면제 대상에서도 빠진 상태다.

미국은 대만의 철강 관세 면제 요구에 대해 철강 제품에 대해 중국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면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만의 중국 철강제품 수입 규모는 18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대만이 미국산 돈육 수입을 금지한 것에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 밀착 행보를 보이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로서는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며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낮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문제를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대만으로선 부담이다.

양진룽(楊金龍) 대만 중앙은행 총재는 "미중 관계의 악화로 세계무역이 영향을 받으면 대만도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위기 또한 기회이기에 신중하게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의 강공에 미국 투자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아이폰 조립업체로 잘 알려진 대만 폭스콘의 경우 미국 위스콘신주에 100억 달러의 생산라인을 가동키로 했다.

가오숴타이(高碩泰) 주미대만대표처 대표는 "미국과 대만간 무역투자는 양자관계의 핵심으로 미중 통상갈등에 적극 대처하고 미국과 양자 무역협정 등을 체결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