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지자 몰려 69.3% 투표율…개헌가능 의석 확보
유럽 '우향우' 가속화…동유럽 우파 민족주의 확산에 EU 분열 우려


헝가리 총선에서 '난민 공포' 전략을 펼쳤던 여당 피데스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8일(현지시간)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당 피데스와 기독민주국민당(KDNP) 연합은 개표가 98.5% 진행된 가운데 48.5%의 득표율을 기록해 전체 의석 199석 가운데 개헌 가능한 3분의 2에 해당하는 133석 혹은 그보다 한 석 많은 13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피데스와 KDNP의 득표율은 133석을 차지했던 2014년 총선 때의 44.8%를 넘어섰다.

이날 투표율은 69.3%를 기록했다.

현행 방식의 총선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2010년 투표율 61.7%와 비교하면 7.6% 포인트 높다.
헝가리 여당 총선 압승… 반난민·반EU 오르반 총리 4선 성공
초반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면서 여당이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예상을 뒤엎고 여당 지지자들이 투표소를 찾은 결과로 보인다.

이날 부다페스트를 비롯한 시내 곳곳의 투표소에서는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7시에도 투표소 밖으로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투표 종료 시각을 늦추는 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총선 결과로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3연임을 하는 4선 총리가 되면서 2022년까지 헝가리를 이끌게 됐다.

1998년 35세의 나이로 처음 총리가 돼 4년간 국정을 맡았던 그는 2010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헝가리가 오늘 역사적인 승리를 얻어냈다"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구하고, 헝가리를 구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을 비판하며 난민을 '독(毒)'이라고 불렀던 오르반 총리가 개헌 가능 의석까지 확보하게 됨에 따라 헝가리의 반난민 정책은 더 강경해질 전망이다.

유럽 내에서 EU 난민 정책을 비판하는 데 동조했던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등을 중심으로 우파 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EU 내에서 동서 분열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이 개헌 의석까지 여당에 안겨주면서 '빅테이터(빅토르와 독재자를 뜻하는 딕테이터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가진 오르반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

총선 기간 사위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터지고 측근들의 언론장악, 시민단체 탄압 등의 이슈도 제기됐지만, 여당이 지렛대로 삼은 난민 이슈에 묻혔다.

한편 극우에서 우파로 노선을 변경한 요빅은 지난 총선보다 2석 많은 26석을 차지할 것으로 집계됐고, 사회민주당과 헝가리를 위한 대화 연합은 9석 줄어든 20석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의 극우 정치인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축하하면서 "EU가 조장한 대규모 이민이 또한번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도 "훌륭한 결과"라고 환영했다.
헝가리 여당 총선 압승… 반난민·반EU 오르반 총리 4선 성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