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손님 문전박대 없어지고 남한 말투에 유연한 태도로 '변모'
소식통 "김정은 방중 유화국면서 선양·단둥 폐업식당 영업재개 준비"


지난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중국 내 북한식당들이 잇따라 업주 명의를 중국인으로 바꾸고 적극적인 접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 차원에서 지난 1월 9일 북한기업에 폐쇄명령을 내리면서 북중접경의 북한 식당이 상당수 폐업했으나 일부 북중 합작 식당은 중국인 명의로 완전히 변경해 생존에 나섰으며, 폐업한 업체도 명의를 바꿔 영업재개를 준비 중으로 전해졌다.

기자는 지난 3일 저녁 현지사정 및 중국어에 능통한 한국인과 함께 북중접경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코리안타운'으로 불리는 시타제(西塔街)의 한 북한식당을 찾았다.

시타제 일대엔 올해 초까지 북한식당 9곳이 성업했으나, 북한기업 폐쇄명령 후 4곳이 폐업했고 나머지는 중국인 업주 명의로 소유 구조를 변경해 영업을 이어갔다.

이날 방문한 북한식당도 중국인 업무 명의로 됐으며, 입구의 안내원에서 식당 내부 종업원·공연팀까지 직원들은 북한 노동자였다.

출입구에서부터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됐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식당을 찾은 손님이 한국인일 경우 '남조선 손님에겐 봉사하지 않는다'며 문전박대했으나 이날 종업원들은 까다롭지 않게 내부로 안내했다.

음식을 주문하면서도 남한 말투였으나 북한 종업원은 이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모르는 척 유연한 태도로 변모했다.

업주가 중국인으로 바뀌면서 손님 국적에 따른 이념갈등보다 원만한 영업을 위해 접객 자세 역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남측 예술단이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은 것이 생각나 냉면을 주문하려 했으나 종업원은 이보다 비싼 불고기와 전골 등의 요리를 권한 점도 예전에 못 보던 태도였다.

"평양식 냉면을 파느냐"고 묻자 여종업원은 "평양이랑은 조금 다르다"고 답했다.

나중에 음식이 나와서 보니 서울 평양냉면과 달리 시커먼 면발에 돼지고기, 계란고명 등이 올라가고 단 맛의 육수를 부어 조선족 냉면에 가까웠다.

식당 내부 홀에는 8명씩 앉는 테이블 10여개가 보였고 두세개를 제외하고 모두 손님이 자리를 채운 상태였다.

한복 차림의 북한 여종업원들이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주문을 받고 접객에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손님들은 대부분 중국인들로 너댓명씩 같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담배를 태우고 연달아 잔에 술을 부었다.

서양인들로 구성된 방문팀도 눈에 띄었다.

저녁 공연시간이 시작돼 약 30분동안 종업원들의 노래와 춤, 민요공연이 이어졌다.

공연단은 중국어 노래로 시작해 북한 노래를 불렀으나 스피커 소리가 시끄러워 바로 옆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예전 북한식당 공연에서 김정은 위원장 찬양노래를 많이 불렀으나 이날 공연에선 중국 대중가요와 북한 민요가 주종을 이뤘다.

중간중간 중국인 손님들이 식당에서 돈주고 산 꽃다발을 가수에게 전달하려고 무대 앞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북한식당 종업원과 공연팀은 별도의 팁을 받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부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공연 후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떠나고 밤 9시가 가까워지자 종업원들이 홀 청소에 나섰다.

동행자는 "식당 종업원들이 영업종료 후에도 새벽 3,4시까지 총화를 하면서 하루업무를 보고하고 자아비판도 한다고 들었다"며 "하루 16시간 이상 영업준비, 손님 접대, 총화에 몰두하느라 개인시간이 전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중접경 소식통은 "북한기업 폐쇄명령에 따라 지난 1월 폐업한 시타제의 모란관 식당이 명의를 바꿔 영업재개를 준비 중이며 단둥의 북한식당들도 마찬가지 움직임을 보였다"며 "김정은 위원장 방중 이후 유화국면이 조성되자 숨죽였던 북한 기업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화해분위기속 바뀐 '북한식당'…명의 바꿔 접객 한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