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일부터 돼지고기와 과일, 와인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대응 조치다.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주요 2개국(G2)’ 간 통상전쟁이 전면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국무원 비준을 거쳐 관세세칙위원회가 미국산 수입품 7종, 128개 품목을 대상으로 고율 관세 부과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가공품, 재활용 알루미늄 등 8개 품목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과일, 견과류, 와인, 강철파이프 등 120개 수입품의 관세는 15%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이들 품목을 30억달러(약 3조1700억원)어치 수입했다. 재정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의 이익이 심대하게 훼손됐다”며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관세보복에 나서면서 향후 미국의 추가 대응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와 별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와 관련,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6일께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대상 품목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콩을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이 생산하는 콩의 3분의 1을 수입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3000만t(약 100억달러)의 콩을 들여왔는데 이는 전체 미국 콩 수출의 57%를 차지하는 규모다.

중국이 콩에 보복 관세를 매기면 미국 농민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16년 대선 때 ‘팜 벨트(농장지대)’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동물 사료로 사용하는 콩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 역시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양국은 통상전쟁 확산을 막기 위한 물밑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에 따라선 보복 조치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