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겐이치로 신임 소니 최고경영자(CEO)에게 주어진 과제는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일본 재계와 언론에선 여전히 소니의 부활을 유보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반짝 반등’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소니가 ‘사지(死地)’에서 살아 돌아온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위상은 업계를 이끄는 ‘개척자’가 아니라 ‘추종자’에 불과하다는 일본 내 지적도 요시다 CEO로선 부담이다.

1983년 소니에 입사한 요시다 CEO는 2015년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히라이 가즈오 전임 CEO와 함께 소니 부활을 주도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부활이라기보다는 20년간 제대로 못 하다가 이제서야 겨우 예전 실적을 따라잡은 데 불과하다”고 했다. 또 “과거에는 자원 관련 기업이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기술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소니에도 기회와 할 일이 남아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재무통인 요시다 CEO가 ‘대차대조표(BS) 경영 강화’를 내세운 만큼 실적뿐 아니라 주가 측면에서 추가 성장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과거 소니가 자금 압박을 받던 시기에 재무를 책임졌던 요시다 CEO는 증권가와 투자자들이 호평할 정도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해 히라이 전 CEO의 개혁을 뒷받침했다. 요시다 CEO가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소니의 3개년 중기 계획의 핵심은 △이익 중시 △주주 관점을 중시한 경영 △그룹 차원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중시 등이다.

일본 재계와 언론들은 히라이 CEO에서 요시다 CEO로의 바통 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의 소니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주문도 ‘요시다 소니호(號)’에 쏟아지고 있다. 큰 그림 없이 단기 대응으로는 언제든 다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IDC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집계에서 소니는 2013년 이후 따로 수치를 찾아볼 수 없다. ‘안방’인 일본 시장에서도 소니 스마트폰의 위상은 초라하다. IDC재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은 13.40%로 46.60%의 점유율을 기록한 애플에 크게 뒤졌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스마트폰에 태블릿PC와 게임콘솔(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합하는 식의 전략을 내놨다. ‘소니 제품 간 연결성’에 집중한 전략을 선보인 것이다. 시장의 근본 틀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 일본 업체들이 강점을 보인 ‘제품 중심 경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소니 내에서도 최근의 실적 개선이 “70%는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박한 평도 존재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허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