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타 아키오와 이부카 마사루가 소니를 설립한 것은 1946년 이다. 마쓰시타와 도시바가 일본 전자산업의 상징이던 시대다.

“기술의 틈새는 얼마든지 있다. 큰 회사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해 기술의 힘으로 조국 부흥에 이바지한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하자.” 그들은 회사 설립 취지서에 이렇게 썼다.

소니는 자본금 19만엔의 조그만 기업으로 출발한 지 불과 4년 만에 일본 최초로 테이프 녹음기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어냈다. 다른 조건을 따지지 않고 실력에 따라 대우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신이 소니 리더십의 핵심이었다. 권위적이지 않았던 모리타 창업자는 대부분의 결정권을 직원에게 위임했다.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서 간 벽을 허무는 데도 공을 들였다.

워크맨을 개발한 오가 노리오 전 사장과 이데이 노부유키 전 사장 등도 기술 혁신에 매진한 최고경영자였다.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았던 오가 전 사장은 소프트사업으로 외연을 넓혔다. 하지만 소니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소니는 2005년 미국 CBS 사장 출신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새 CEO로 데리고 왔지만 위기는 더 커졌다.

이번에 물러난 히라이 가즈오 회장은 2012년부터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는 사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하나된 소니’를 주문했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혁신의 대명사 소니를 찾으려 노력했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필요없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새 CEO 요시다 겐이치로는 도쿄대를 졸업하고 1983년 입사한 정통 소니맨이다. 그는 “과거 실적은 필요없고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