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긴자 소니빌딩(왼쪽)을 허문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긴자 소니파크’. 소니 제공
옛 긴자 소니빌딩(왼쪽)을 허문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긴자 소니파크’. 소니 제공
지난해 4월 소니는 일본 도쿄 긴자 쓰기야바시 사거리에 있던 ‘긴자 소니빌딩’을 허물었다. 긴자 소니빌딩은 1966년 완공 당시 벽면에 2300개의 TV 브라운관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세계 최초 트리니트론 방식 컬러TV(1968년)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1994년) 등 소니의 히트작품이 발표된 상징적 장소이기도 하다. 발매 전 최신 제품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반세기 동안 활용됐다.

이 건물은 소니가 도쿄 고텐야마 옛 본사와 TV사업 발상지인 오사키 지역 사옥 등 주요 자산을 매각할 때도 끝까지 건드리지 않았을 정도로 애지중지한 공간이다. 이처럼 50년 이상 회사의 ‘간판’ 역할을 한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기로 한 것은 회사 부활의 ‘각오’를 다지려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일본 경제주간 도요게이자이는 “모리타 아키오 소니 창업주의 ‘결기 DNA’를 담은 새 건물을 올리는 것은 소니가 ‘부활 맹세’를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소니는 2018~2020년 기존 소니빌딩이 들어섰던 자리에 지상과 지하로 이뤄진 공원인 ‘긴자 소니파크’를 우선 조성할 계획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마친 뒤 2022년 새로운 건물을 완성한다는 청사진이다.

소니 측은 “회사가 어려운 시기를 맞았을 때도 일본의 상징인 긴자 거리에서 소니 간판이 내려간 적은 없었다”며 “새 긴자빌딩이 완공되면 고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소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1953년 유럽시장 시찰에 나선 모리타 창업주는 네덜란드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아이스크림에 꽂힌 장식용 양산을 가리키며 “이것은 당신네 나라에서 온 것이지요”라고 건넨 한 마디가 가슴에 못이 박혀 소니를 일궜다. 유럽에서 싸구려 잡화 정도로 취급받던 ‘메이드 인 재팬’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최고 제품을 만들었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소비자와 소통했다. 최악의 위기를 넘긴 소니에 새로 들어서는 소니빌딩은 ‘소통의 공간’이자 ‘부활의 결기’를 상징하는 공간이 될 것이란 평가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