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무부 차관보 기고글 "김정은 '한중미 3각 플레이'로 트럼프 옵션 줄어"

필립 크롤리 전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3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외교공세'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도해온 정치적, 경제적 고립전략의 판을 뒤집어놨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직했던 크롤리 전 차관보는 이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기고한 '김정은의 외교공세, 미국의 정책을 엎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에게 최대 압박을 가하려고 할지 모르지만, 김정은은 별로 압박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김정은은 한국과의 고위급 대화 채널 구축, 올림픽에서의 빛나는 순간 연출, 전례 없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제안, 집권 후 첫 해외 행이었던 중국 방문을 통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베이징 회담 등 외교공세를 펴왔다"며 "김정은은 한·중·미 정상들과의 회담을 통한 '3각 플레이'로 일련의 과정을 장악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게 됐다"고 밝혔다.

크롤리 전 차관보는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이란 핵 합의를 반대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의 등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를 폐기할 것이라는 징표가 될 수 있는데, 이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볼턴 내정자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의 선결을 요구하며 협상을 더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은 협상을 환영하겠지만, 핵과 미사일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가 무엇을 포기할 것이냐는 미국과 중국, 한국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크롤리 전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탐탁지 않은 옵션만 남아있다.

매파 국가 안보팀이 반대하는 조건으로 협상할 것이냐 아니면 국제사회의 뒷받침 없이 북한과 맞설 것이냐가 바로 그것"이라며 "이래서 정상들끼리 협상 절차를 시작하는 게 나쁜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외교공세, 트럼프 대북 고립전략 판 뒤집어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