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소매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격돌할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월마트가 미국 건강보험회사 휴매나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마존은 투자회사인 벅셔해서웨이, JP모간체이스와 함께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월마트와 휴매나의 합병 성사로 업계 최대 ‘헬스케어 공룡’이 탄생하면 시장 재편은 물론 아마존과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대 헬스케어 공룡 탄생하나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휴매나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월마트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휴매나는 가입자 1150만 명을 두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370억달러(약 39조3000억원) 규모다. 지금까지 월마트의 최대 M&A는 1999년 108억달러에 인수한 영국 아스다그룹이다.

월마트가 휴매나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미국 최대 건강보험업체로 변신하게 될 것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월마트와 휴매나의 연매출(2월28일 기준)은 각각 5000억달러, 538억달러다.
월마트, 美 보험사 휴매나 인수 추진… 아마존과 헬스케어 시장서 격돌
월마트는 미국 전역 4700개 매장 대부분에서 약국 사업을 하고 있다. 월마트는 휴매나의 보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기회를 찾고 있다. 약국 사업 외에 클리닉 서비스도 일부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6월 클리닉 서비스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월마트 매장에서 한꺼번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숍’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월마트는 또 시간제를 포함한 직원 150만 명을 대상으로 더 저렴한 건강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노인 대상 의료보험 서비스인 메디케어(Medicare)에 강점이 있는 휴매나는 월마트의 노인층 고객을 겨냥해 보험 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휴매나는 메디케어 시장 2위 업체(점유율 17%)로 350만 명의 수급자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메디케어가 보험업계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포식자’ 아마존과 선점 경쟁

월마트와 휴매나가 M&A에 나선 배경엔 공통의 적(敵)인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은 수년간 제약 시장 진출을 타진해왔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뉴저지와 미시간 등 미국 12개 주에서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온라인 판매허가를 받았다. 아마존이 의약품까지 취급하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는 월마트의 제약 사업뿐만 아니라 전체 소매 유통에도 악재다.

아마존은 월마트의 주요 고객인 저소득층을 흡수하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미국 저소득층의 공공 의료보조제도인 메디케이드(Medicade) 수혜자 수백만 명에게 아마존의 유료 회원제인 프라임서비스를 절반 가격(월 5.99달러)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중산층과 고소득층, 월마트는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쇼핑 채널로 알려져 있다.

휴매나 같은 보험사에도 아마존은 공포의 대상이다. 아마존은 지난 1월 벅셔해서웨이, JP모간체이스와 함께 보험사 설립을 발표했다. 당장은 3사 직원들의 의료비를 낮추기 위한 차원이지만 의료비 인하 실험이 성공하면 일반인 대상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험사-약국 체인 간 수직적 결합

아마존의 위협에 다른 헬스케어 기업들도 몸집 불리기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애트나-휴매나, 앤섬-시그나 등 보험사 간 결합 시도가 반독점에 걸려 잇따라 실패하자 보험사-약국 체인 간 수직적 결합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내 9700여 개 약국 점포를 보유한 CVS헬스가 지난해 12월 미국 3대 건강보험사 애트나를 6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CVS의 주요 수익은 보험사 등을 대행해 처방약을 공급하는 제약서비스대행(PBM) 사업에서 나온다. 아마존의 의약품 및 보험업 진출 위기에 직면한 두 회사는 M&A로 보험 가입자를 PBM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8일엔 생명보험사 시그나가 보험약제관리 회사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를 67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