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 대변인 밝혀…서방 23개국 스파이 의심 러 외교관 약 120명 추방

러시아가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20여 개 서방 국가가 자국 외교관 집단 추방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모든 해당 국가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 '로시야-1'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가 오늘 본 모든 것에 대해 답이 있을 것이다.

(제재에 동참한) 모든 국가에 합당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자하로바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은 회원국들에 자국 내에서 일어난 사건(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전적으로 정치적 선언과 구호, 자신들의 입장에 연대해 달라는 요구만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러, 자국 외교관 집단 추방에 보복 경고…"각국에 합당한 조치"
자하로바는 이번 도발의 배후에 미국과 영국이 있으며 EU의 행동 뒤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숫자(추방 러시아 외교관 수)가 발표되면서 영국 내에서 이루어진 도발의 뒤에 미국과 영국에 있는 강력한 세력이 있다는 사실에 추호의 의심도 남지 않게됐다"면서 ""EU는 아름다운 정치적 상위구조물이고 그 뒤엔 나토라는 강력한 대형 건물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러시아 악마화 과제를 이행하는 것이며, 오늘 우리가 보는 것은 광포한 러시아 혐오주의에 따른 장기 프로그램이다"고 비판했다.

자하로바는 그러면서 서방의 조치에 대해 러시아는 예상하였으며 대응 조치를 준비해 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앞서 이날 성명을 내고 "EU 및 나토 여러 회원국에 의해 취해진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에 단호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해당 행보를 지난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사건(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 원인과 책임자 규명 과제에 부합하지 않는 비우호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며 "이 국가들의 영국에 대한 악명 높은 유대를 보여주는 도발적 제스처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대결적 노선의 지속"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의 대응 조치는 상호주의에 입각할 것이며 최종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EU 16개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서방 23개국은 이날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 공관에 등록된 스파이들로 의심되는 외교관 약 120명을 추방했다.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과 관련 대러 제재를 취한 영국에 연대를 표시하기 위한 조치였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국가 반역죄로 자국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나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은 이달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 율리야와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중태다.

영국 당국은 스크리팔 사건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사용된 점을 근거로 러시아를 사건 배후로 지목하고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의 추방을 결정하는 등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스크리팔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자국 주재 영국 외교관 23명을 맞추방하면서 사건은 러-영 양국 간 외교전으로 번졌고, 여기에 다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가세하며 러-서방 대결로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