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문서조작' 파문 정면돌파 시도…일각서는 '중도퇴진 불가피론'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재무성의 문서조작 파문에 휩싸이며 지지율이 휘청하면서 오는 9월 예정된 차기 총재선거의 향배가 주목된다.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관례상 아베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 '3기 9년'의 총리가 되면서 역사상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까지 가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당 장악력이 공고했던 작년 3월 '연속 2기 6년'으로 제한했던 임기를 '연속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당 규정을 확정했다.

당시만 해도 아베 총리가 '3기 9년'에 걸쳐 총리직을 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곧이어 터져나온 사학스캔들이 사정을 바꿔놓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잇따라 터진 모리토모(森友)학원의 초등학교 부지 특혜매입 의혹과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의혹으로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로 일본내 보수세력의 대결집이 이어지면서 20%대까지 추락했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반전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해산 및 총선 카드로 승부를 걸었고, 이 승부수는 적중했다.

정국 주도권을 다시 확보한 아베 총리는 올해 9월 총재선거 승리로 '전쟁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확인한 바 있다.
'휘청이는 아베' 총리연임 '빨간불'… 차기주자군은 '일단 관망'
그러나 이달초 아사히신문의 특종 보도가 다시 아베 총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사히는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특혜매입 과정에서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여사의 관여의혹, 그리고 재무성이 관련 문서에 등장했던 아베 총리 부부의 이름을 삭제한 문서조작 의혹이 있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재무성측은 처음엔 "그런 자료가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지만, 재무성은 열흘만에 해당 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인했고 아베 총리는 "행정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아베 총리는 그간 국회 발언 등을 통해 "국유지 특혜매각이나 문서조작에 우리 부부가 관여한 바 없다"고 연루를 부인하며 국회 조사 등을 통해 사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아베 총리의 3선은 물론이고 오는 9월까지의 임기를 다하는 것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아베 총리 이후 당과 내각을 이끌어갈 '포스트 아베'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문서조작 파문 속에서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견지하고 있다.

문서조작 파문으로 아베 내각은 물론 자민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포스트 아베를 위한 세 확산 등의 행보를 할 경우 '당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며 역풍을 의식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휘청이는 아베' 총리연임 '빨간불'… 차기주자군은 '일단 관망'
우선 외무상으로 아베 총리와 호흡을 함께해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 정조회장은 지난 25일 자민당대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재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신뢰가 의심받는 사태가 생긴 때인 만큼 일치단결해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당의 모습에 국민의 생각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도 "국민의 따가운 눈이 정부·여당에 쏠리는 상황에서, 당내 혼란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다음 달 하려던 당 총재선거 출마선언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문서조작 파문으로 인한 정국의 유동성을 고려한 것이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도 "겸허한 마음으로 당이 결속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으로 '차기 지도자'로 곱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수석부간사장은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겸허한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휘청이는 아베' 총리연임 '빨간불'… 차기주자군은 '일단 관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