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으로 세계 교역 위축…무역의존도 높은 한국 수출 차질 불가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두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가 유탄을 맞을 우려가 제기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구체적인 관세 대상 품목을 아직 확정하지 않아 정확한 피해를 예상하기 힘들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로 인한 영향은 크게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와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할 세계 교역 위축이다.

중간재는 철강, 자동차 부품 등 완성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나 반제품 등을 말한다.

미국의 25%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대미 수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1천421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중간재 비중이 78.9%에 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최근 '미국의 신정부 통상정책 방향 및 시사점: 미·중 관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중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휴대전화, 텔레비전에 중간재로 포함된 한국산 반도체 등의 대중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대미 직접 수출도 감소할 수 있다.

중국의 수출이 줄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전반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가 우리나라의 어떤 산업에 영향을 미칠지는 구체적인 관세 부과 품목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15일 이내에 품목 명단을 공개할 예정인데 정보기술(IT) 및 전자 제품이 많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전화와 텔레비전 등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합도가 높은 가전제품이 포함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병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IT, 전자 제품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영향이 혼재돼있다"며 "미국의 반덤핑·상계 관세 등 과거 조치를 보면 중국을 겨냥했는데 우리가 영향을 받은 게 많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는 미국이 세부 제재 품목을 발표한 뒤 미국 내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등을 통해 품목이 달라질 수 있어 우리기업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우려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에 나설 경우 세계 교역이 위축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제재 발표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무역전쟁을 피하고 호혜적 관계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주로 냈지만, 이번 발표 직후에는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보복조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미 중국 상무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30억 달러(3조2천400억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무역장벽을 세우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를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68.8%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는 '미국의 통상법 301조 조사결과 발표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조치에 대해 중국이 보복할 가능성이 높고 양국 간 전면적 통상마찰로 번질 경우 우리 기업도 해당 무역전쟁의 악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연합(EU)마저 무역전쟁에 뛰어들 경우 정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EU에 철강 관세 면제 조건으로 대중 무역전쟁 동참을 요구했으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국가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24.8%, 미국 12.0%, EU 9.4% 등 46.2%다.

우리로서는 어느 하나 잃을 수 없는 시장이다.
 [미중 무역전쟁] '고래싸움'에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타격 우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