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1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기업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세 신설안을 공개했다.

EU는 임시 조치로 글로벌 매출이 연간 7억5000만유로(약 9900억원)를 넘고, 유럽에서 5000만유로 이상 벌어들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유럽에서 올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내놨다. EU가 거둬들일 수 있는 연간 세수는 5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50개 기업이 새로운 세제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중 절반 정도가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같은 미국 IT 기업이다.
EU, 50억유로 규모 '디지털세' 공개… "구글·페북, 번 만큼 내라"
예컨대 구글은 2016년 아일랜드지사 매출(263억유로)을 기준으로 약 7억890만유로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미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EU 회원국들은 궁극적으로는 자국에 등록된 법인이 없더라도 소셜미디어, 승차공유 등 플랫폼사업으로 연간 700만유로 이상의 매출을 올리거나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경을 넘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특성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의 거주지와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지역을 기반으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것이 EU의 주장이다. EU는 법인세 관련 규정에 IT 기업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이들 기업이 유럽에서 많은 이윤을 내지만 세금은 적게 낸다고 주장한다. EU의 집계에 따르면 전통적 기업은 이익의 23.2%를 세금으로 내고 있지만 IT 기업들의 실효 법인세율은 9.5%에 불과하다.

새로운 세제안이 도입되려면 28개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디지털세에 대해 EU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디지털세 부과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의 유럽지사가 있는 아일랜드 등은 반발하고 있다. 독일도 소극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디지털 광고수익, 서비스 구독료, 데이터 판매 매출 등에 과세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모빌리티(이동성)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 기업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